아주경제 강승훈 기자=등축제를 둘러싼 서울시와 진주시의 갈등이 극한까지 치닫는 양상이다. 진주시가 '거의 그대로 베꼈다'면서 비난하고, 이에 서울시는 '보편적 내용이다'라며 티격태격하는 사이 자치단체간 대화의 채널마저 아예 끊겼다.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한 채 대립이 장기간 이어지자 문제가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 추진 경과는
11일 두 자치단체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2009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가 '2010 한국방문의 해' 개막식과 연계해 '세계등축제'를 열었다. 12일 일정에 총 52만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자 2000년부터 같은 주제로 행사를 열어오던 진주시에서 즉각 연례화 재고를 요청했다. 지방축제를 모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이유다.
이에 서울시는 '등 문화는 고유의 민족문화로 모방이 아니다'라면서 지속하겠다는 회신을 보냈고 2010년 11월 17일간 전국에서 22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그렇게 2012년까지 3회째를 이어오다 그해 11월 진주시의 압박이 본격화, 지금의 이권투구식 다툼으로 번진 것이다.
양측은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앉았으나 재차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내용을 차별화하고 구간 일부에 남강유등축제의 홍보공간을 열겠다고 협상카드를 내밀었지만, 진주시는 "일고의 검토 가치가 없다"며 단번에 거절했다.
◆ 입장차 여전
이번 사태의 쟁점은 '모방을 했느냐'와 '서울시가 과거 특정 시기에만 열 것을 약속했느냐'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두 사안을 놓고 입장은 팽팽하게 엇갈린다. 서로가 옳다고만 말할 뿐 한치의 양보도 없다.
우선 진주시는 등축제가 진주성 전투에서 유래됐고 진주시가 최초로 특화시켜 다른 지역에선 개최가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 등축제를 당초 '한국 방문의 해(2010~2012)'에 열기로 했으나 말을 바꿔 연례화를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등을 소재로 한 축제는 아시아 전역에서 볼 수 있으며 국내의 경우 통일신라시대부터 실시, 보편적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한시적 개최와 관련, 과거 언급한 사실이 없는 진주시의 일방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현재 진주시는 비방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역 12개 관련단체에서 박원순 시장 면담을 줄기차게 제안하고 상경집회도 수 차례 가졌다. 지난 7월 31일에는 이창희 진주시장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뒤이어 진주시의회 의원 및 직원 10여명이 서울시의회를 항의 방문했다.
◆ 해법은 없나
서울시는 11월 1~17일 청계광장 및 삼일교 구간에서 '한성 백제의 꿈'이란 주제로 '2013 서울등축제'를 연다. 공주·부여군 등에서 참여 의사를 전해왔다. 앞서 서울관광마케팅(주)를 추진업체로 선정하고 사업비 10억500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
진주시는 한 달 앞선 10월 1~13일 남강 일원에서 '2013 진주남강유등축제'를 개최한다. 초혼점등식, 소망등달기, 만화캐릭터등전시, 전국지방자치단체 상징등 전시 등 본행사와 더불어 체험전, 수상불꽃놀이 및 기타부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당장 두 자치단체의 행사 개최가 불과 1~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 싸움이 어떤 방향으로 번질지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진주시는 '서울시가 강행 땐 손배소'를, 서울시에선 '비방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대응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불가피한 경우 법정에서 잘잘못을 따지겠다는 판단이다.
최근에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서울 짝퉁 등축제를 재고하라"며 진주시 지원사격에 나섰다. 진주시는 이 여세를 몰아 서울등축제 비방을 목적으로 추경예산 5억원을 편성, 이날 시의회 의결이 예정됐다.
서울시 김기현 관광사업과장은 "사실 왜곡에 대한 사과가 우선 이뤄진 후 진정성을 갖고 협의에 나선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고서 맞이하겠다"고 했다.
진주시 박연출 문화관광과장은 "짝퉁축제에 지역의 여론이 분노하고 있다. 서울시 입장이 옳다면 시장이 전면에 나서 설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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