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부정해 온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가 일본 정부기관에 의해 공개되면서, 지난해 말 총리 취임 직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시사했던 고노담화의 폐지 또는 수정을 추진할 경우, 일본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교도(共同)통신은 지난 6일 일본 도쿄(東京)국립공문서관이 최근 일본군이 2차대전 중 인도네시아 내 포로수용소에서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강제로 끌고가 위안부로 삼은 사실을 보여주는 법정문서를 공개했다. 공개는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에 따라 이뤄졌다.
공개된 자료는 'BC급 바타비아 재판 제106호 사건'이라는 제목의 530쪽 분량의 문서로, 종전 후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자카르타의 당시 명칭)에서 전직 일본군 중장 등 장교 5명과 민간인 4명을 강간죄 등으로 유죄 판결한 재판의 공소장과 판결문 등 재판기록과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을 담고 있다.
12년형을 받은 전 육군 중장의 판결문에는 1944년 일본군 장교의 명령으로 인도네시아 자바섬 스마랑주에 수용돼 있던 네덜란드인 여성을 주내 4개 위안소로 연행한 뒤 위협해서 매춘을 시켰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 전직 중장은 1966년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현청에서 진행된 조사 때 "(위안부가 되겠다는) 승낙서를 받을 때 약간의 사람들에게 다소간의 강제가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재판기록은 이미 그 존재와 주요 내용이 알려져 있었고 일본군이 개입해 위안부 강제연행이 이뤄졌음을 인정한 1993년 고노(河野)담화의 기초가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1기 총리 재임 시절인 2007년 3월 당시에는 내각 각의 결정을 통해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군·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것과 같은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었다. 이 입장은 작년말 출범한 2차내각에서도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방한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역사, 영토 문제에서 자꾸 퇴행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도부 때문에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이를 반박이나 하듯 지난 3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과거의문제에 일본은 성의를 갖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일본 지도부의 역사·영토 발언을 한·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지적한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들이 "한·일 관계 개선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이 역사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7일 "정상회담은 입장 차이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갑론을박하는 것이 가능한, 중요한 자리"라며 "불신과 불만이 있다면 더더욱 아베 총리에게 직접 말을 걸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양국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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