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이 실종된 가운데 더위와 추위가 일찍 찾아오고 늦게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장마는 50일이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산업은 유통이다. 날씨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날씨 변화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특수를 누리는 곳도 생기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기후 변화를 갈수록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유통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백화점, 이상기후에 옷 안 팔려
이상기후 영향으로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백화점이다.
실제로 이번 가을 정기세일 기간 동안 예상 밖에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패션상품 판매가 부진했다. 주방·식기·가구 등 혼수제품이 두 자릿수가 넘는 매출신장률을 기록했지만, 여성패션·남성패션·잡화 등 패션 상품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기존점 기준 전년 대비 4.5% 늘었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각각 4.1%·1.9%씩 증가했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이번 정기세일에서 추위를 예상하고 겨울상품을 초반에 집중시켰다.
지난 여름 정기세일 역시 역대 최장 기간 장마로 인해 매출이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 길어진 여름, 맥주 5월부터 성수기
이와 반대로 이상기후로 특수를 누리는 업체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주류업계다. 맥주의 경우 과거 7월부터 8월 사이가 주요 판매 시기였던 것이 지금은 5월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여름 상품 구입 시기도 빨라졌다. 롯데마트가 지난 5월 여름 상품 매출을 살펴본 결과, 수박이 전년 대비 40.1%, 팥빙수 재료가 27.1% 각각 늘었다. 에어컨의 경우 같은 기간 129.6%나 매출이 증가했다.
애경에스티는 지난 6월부터 8월 방향제인 홈즈 에어후레쉬 옷장용의 매출이 전년 같은 때보다 88%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농수산물 산지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는 강원도 평창까지 올라왔고,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은 내륙 지방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또 온난화로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동해에서는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자취를 감췄고, 오징어 등 온대성 어종이 부쩍 늘었다.
◆ 유통업계, 날씨 따른 소비 패턴 분석 안간힘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체들이 날씨에 따른 소비자 구매 패턴과 선호상품을 분석하면서 마케팅 전략 짜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은 날씨정보를 분석해 상품 발주와 재고 관리를 하고 있다. 음료·주류·빙과류 등 계절상품을 제조하는 업체들도 기상 정보를 활용해 출고량을 조절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생산지·날씨 등에 따른 농수산물의 수급량 변화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산지를 개발하는 동시에 자체 물류창고를 마련해 상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고객들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겨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에 업체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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