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지도자들의 만남 뿐 아니라 수교 130주년을 맞은 한·영 최고 지도자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로 재위 61년을 맞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살아있는 영국의 역사라 할 정도로 두 세기에 걸쳐 국제 정세를 겪어온 외교의 달인이다.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서거한 부친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26살의 나이에 대영제국의 왕좌에 올랐다. 이때가 바로 박 대통령이 태어난 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87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22살 젊은 나이에 퍼스트레이디를 경험했고, 27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34년 만에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1997년 정계 입문 이후에는 정치외교안보정책을 폭넓게 다뤄 탁월한 외교 감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들 여성 지도자들의 ‘픔격 외교’가 양국 관계를 보다 심도 있게 진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상대국을 방문했던 경험도 두 사람의 만남에 각별한 의미를 더해 줄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99년 당시 국빈 자격으로 부군인 필립공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여왕은 이에 대해 "한국 방문은 큰 기쁨이었고 방문지마다 한국민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던 기억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또 영국군 한국전 참전용사를 잊지 않는 한국민의 배려에도 고마움을 갖고 있으며, 한국이 첨단 정보기술과 문화 콘텐츠의 강국으로 도약한 비결에도 큰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이 이례적으로 한국 정상을 9년 만에 다시 국빈으로 초청한 것은 동북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갖는 의미를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정계 입문 전인 지난 1990년 영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처음으로 방문했다.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인 1999년과 2002년 케임브리지 학술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해서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정치적 롤모델로 자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국 왕실 가족이 참석하는 공식 환영식을 마친 후 여왕과 함께 백마6마리가 끄는 황금색 왕실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향한다.
화려함과 품격으로 지상 최고의 의전으로 꼽히는 여왕 주최 국빈 만찬은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보통 아이보리색 계통 이브닝 드레스를 입는 여왕의 드레스코드에 맞추기 위해 밝은 색 한복을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왕 만찬은 영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에서도 참석자 복장, 액세서리, 포도주까지 뉴스가 되는 관심 행사"라며 "`한류`를 비롯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