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르포>한진중공업 수빅 조선소, “2만TEU 컨테이너선 건조도 가능”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11-10 13: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 제6도크에서 5400TEU급 컨테이너선이 건조되고 있다. 제6도크는 한진중공업이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겠다는 꿈을 실현시켜 줄 약속의 장소다. 수빅(필리핀)= 채명석 기자 oricms@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 제6도크.

길이 550m, 넓이 135m, 깊이 13.5m로 축구장 7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제6도크에는 54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3척과 싱가포르 해양 플랜트 업체인 케펠(Keppel)로부터 수주한 플로텔(Floatel) 1기 등이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

4척의 대형 선박이 들어가 있었으나 6도크가 꽉 찼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그만큼 6도크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바로 옆에 위치한 제5도크(길이 370m, 넓이 100m, 깊이 12.5m)에서도 54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이 건조 작업을 진행중이었으며, 안벽에서 마무리 작업을 진행중인 선박 10척을 포함해 총 22여척이 주야간 2교대 24시간 근무체제를 통해 건조가 이뤄지고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9년 4월 현재의 모습을 완성한 수빅 조선소. 수 많은 조선소들이 일감 부족으로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에서 문을 연 수빅 조선소가 완공 4년여 만에 이렇게 활발한 조업활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는 대부분 상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이를 해내고 있었다.

◆과정별 운송거리 1km 이내, 최적의 설계
지난 5일, 수도 마닐라에서 서북쪽으로 찾아간 한진중공업 수빅 조선소.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에 위치한 수빅만 경제자유구역내에 위치한 이 조선소는 2009년 완공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미군이 주둔하던 해군 기지 부지를 매입해 총 300만㎡(약 90만평) 규모에 건설한 수빅 조선소는 2개의 초대형 도크에 600t급 골리앗 크레인 4기와 60t급 크레인 11기가 설치돼 있으며, 연간 21만6000피스를 제작할 수 있는 배관공장, 7800t을 만드는 철의장공장, 도금 7800t, 도장 3400t을 수행할 수 있는 후처리공장과 현지인력 1500명을 동시에 교육시킬 수 있는 교육훈련원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조선소를 둘러보니 각각의 시설이 최적의 동선에 맞춰 설치돼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선소 중심에 강재야적장과 조립설비 공장이 위치해 있어, 조선소로 들어온 철판은 야적장에 보관된 뒤 바로 가공 공장으로 이동하고, 공장에서 블록과 기자재가 제작된 뒤 설치된 크레인으로 곧바로 도크로 이동했다. 전체적으로 운반 거리가 1km를 넘지 않기 때문에 거대 설비와 철판을 운반하는 트랜스포터도 두 대만 사용된다고 한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 강재야적장에서 크레인이 선박이 싣고온 강재를 내려놓고 있다. 수빅(필리핀)= 채명석 기자


총 19억달러가 투자된 수빅 조선소의 상당액이 이같은 생산 자동화에 투입됐다고 한다. 최신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수빅 조선소가 울산과 거제도에 위치한 빅3 조선소는 물론 중국 조선소에서도 볼 수 있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게 됐다.

하용헌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부사장 겸 생산본부장은 “수빅 조선소는 국내 빅3 조선소의 특·장점만을 모아 건설된 계획적인 조선소”라며 “무엇보다 조립공장이 한가운데에 있어 도크로 블록을 이동하는 거리가 짧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바람이 많이 몰아치는 필리핀 기상환경 문제는 도크 전체를 덮을 수 있는 거대한 지붕 ‘셸터’(Shelter)로 해결해 24시간 조업체제를 가능케 했다.

필리핀내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 국내에서 대부분의 자재와 기자재를 소싱해 수빅조선소에서 모두 제작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필리핀 수출 증대와 중소기업 협력 효과도 크다고 한다.

월평균 30만원대의 저렴한 인건비와 필리핀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 영도조선소에 비해 85% 수준인 건조 비용 등의 이점 등이 시너지를 이뤄 수빅조선소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6년 일감 확보, 영도와 시너지 확대
연간 60만DWT(재화중량톤수)의 건조능력을 갖춘 수빅조선소는 2013년 10월 31일 기준 상선 51척, 비조선 6기 등 총 33억1000만달러 규모의 인도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수주잔량은 컨테이너선 34척, 액화천연가스(LPG) 운반선 2척, 해양플랜트 2기 등 총 42척 22억달러로 2016년까지 조업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
 

정면에서 바라본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 제 5도크에 5400TEU급 컨테이너선이 건조되고 있다. 수빅(필리핀)= 채명석 기자


여기서 주목해 볼 점은 컨테이너선 수주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때부터 컨테이너선에서 강점을 갖고 있었다. 영도조선소라는 공간적 한계 때문에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트렌드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수빅조선소가 있으니 기 보유한 기술력을 십분 발휘한다면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도 충분히 빅3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또한 영도조선소는 특수선 및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집중하고, 수빅 조선소는 범용 상선에서 초대형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 조선해양 전 분야에 대응한다는 한진중공업의 ‘하이 앤 로’(High & Low) 전략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영도조선소에서도 바닷속에서 용접을 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4척이나 건조했다. 현재 건조중인 6000~8000TEU급은 수빅조선소의 규모로 볼 때 작은 선박이다”라며 “수주가 확정된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의 건조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우리의 위상을 보여줄 것이며, 향후 1만800TEU를 넘어 2만TEU 컨테이너선은 우리가 건조함으로써 한진중공업은 글로벌 조선 빅4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