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 제6도크 앞에 놓여져 있는 프로펠러. 수빅(필리핀)= 채명석 기자
아주경제(필리핀 수빅) 채명석 기자 =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는 상선 이외에도 해양 플랜트의 일종인 ‘플로텔(Floatel)’이 건설되고 있었다.
이 플로텔은 한국의 조선 빅3와 함께 해양플랜트 수주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싱가포르 케펠(Keppel)로부터 하청을 받아 수빅 조선소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한진중공업이 사실상 건설하는 첫 대규모 해양플랜트 설비다.
상선 건조에만 주력하던 조선업계는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 바다위에 떠 있는 공장이라 불리는 해양 플랜트로 시장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유전과 자원 개발 등에 사용되는 이들 해양 플랜트는 심해저 자원개발 사업이 확대되면서 메이저 업체들의 발주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의 조선 빅3도 현재 해양 플랜트 수주물량이 상선을 앞서기 시작하고 있다.
한진중공업도 수빅 조선소의 준공 직후 해양플랜트 사업을 위한 전담 사업본부를 설치하고 꾸준히 시장 진출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영도 조선소 노사 분쟁에 따른 여파로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가운데 더불어 기 건조 경험을 뜻하는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가 부족해 자력 응찰의 기회조차 쉽게 얻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걸어왔다.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 한진중공업
그렇다고 한진중공업이 빈손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잡기 위해 액이외에 액화천연가스생산·저장·하역설비(LNG-FPSO)나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분야의 다양한 선종 개발을 진행하는 등 ‘F(Floating)LNG선’ 부문의 모든 해양플랜트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또한 영도 조선소가 안정 궤도에 진입하고 있으며, 수빅 조선소도 그동안 우려로 지적돼왔던 직원들의 건조 숙련도 또한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해양 플랜트 사업 진출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회사는 해양플랜트 사업 진출은 단기 시황은 물론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필수과제로 꼽고 준비해왔으며, 유전개발 및 가스 운송선 전문 박람회인 ‘가스텍(Gastech)’에도 적극 참가하는 등 시장 재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케펠과의 사업 제휴는 한진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사업 조기 본궤도 진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케펠은 해양플랜트의 신건조 부문은 물론 기존 선박의 개조에도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글로벌 발주 시장에서 물량 수주를 지속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케펠의 수주 물량을 적극 유치해 하청 생산함으로써 해양플랜트 건조 노하우를 익히는 한편, 트랙 레코드를 꾸준히 늘려 나갈 경우 메이저 업체의 발주에 독자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빅만을 사이에 두고 한진중공업 조선소와 케펠의 수리조선소가 마주보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양사의 인연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수빅조선소가 해양 플랜트 건조역량을 갖춰나감으로써 한진중공업의 ‘하이 앤 로(High & Low)’ 전략도 빠르게 구체화 될 전망이다. 한국의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만들던 일반 상선을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어 영도조선소를 해양플랜트 전용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영도조선소에서 건조가 어려운 대규모 해양플랜트까지 수빅조선소에서 만들 수 있게 됨으로써 영도조선소의 설비 제한으로 인한 대형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안진규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사장은 “수빅조선소의 완공으로 그 동안 단지 물리적인 이유로 진출하지 못했던 해양플랜트 사업 진출이 가능하게 됐다”며 “국내 최초로 석유시추선을 만든 경험과 세계최고의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수빅조선소의 선박 건조 역량까지 향상되면서 해양플랜트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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