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 15일 인천의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상대로 성장을 하면 마이너스 GDP갭은 내년 말쯤이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GDP갭은 잠재GDP와 실질 GDP간 격차를 뜻하는 것으로, 이것이 마이너스를 보이면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여력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총재는 "일반적으로 위기를 겪었을 때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실 갭이 그만큼 크지 않다는 의미로, 잠재 GDP를 과다 평가하게 되면 정책대응도 과잉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GDP갭이 내년 중 해소된다는 것은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그가 언급한 것이다. 이에 GDP갭 해소 시점에 금리가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미국처럼 실업률이나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가 얼마가 되면 금리를 어떻게 하겠다 하는 식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것을 이렇게(금리 인상으로)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선진국에서 일정한 목표 수치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방침이다. 미국에서 실업률 6.5%, 기대인플레이션 2.5%를 초저금리 유지 조건으로 내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해 김 총재는 "세계 중앙은행은 항상 인플레이션 타깃팅을 목표로 수십년을 지내왔는데 이제는 명목GDP, 물가수준 타깃팅 등으로 논의도 나오고 기준 자체에 대한 변화도 있었다"면서 "이런 것들이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기준을 바꾸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포워드 가이던스 제시에 따른 사람들의 기대치를 변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시각과 한국이 대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또한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에 대해 김 총재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현상처럼 개인이나 기업의 빚이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해쳐 위기가 오는, 그런 형태의 위기는 지금 (우리나라에서)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구조를 보면 금융자산을 가진 소득 3~5분위가 거의 모든 부채를 지고 있다"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소득 1~2분위 등 저소득 계층의 빚 규모는 크지 않아 미시적 접근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으로 금리가 올라갈 경우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부실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중앙은행이 해야 할 역할을 있다고 하면 할 것"이라며 "금융안정 측면과 미시적 접근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를 취해가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동양사태에 한은의 저금리 정책이 바탕이 됐으므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돈이 많이 풀렸다면 동양에만 갔겠나"라며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한은이 가진 감독권으로 동양사태를 잡아낼 수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한은은 그런 감독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김 총재는 이어 "한은이 가진 수단은 거시건전성 감독권으로 미시적인 감독권하고는 다르다"면서 "특정회사의 잘못은 감독기관이 담당하고 한은은 공동검사를 나간다 하더라도 유동성과 거기에 대한 이자율, 가격 등을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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