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신정부, 현지 진출 기업에 조세 부담"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복지정책 위주의 칠레 신정부 출범이 현지 진출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8일 코트라에 따르면 17일 실시한 칠레 대선에서 야당연합(누에바 마요리아)의 미첼 바첼렛 후보가 여당연합(팍토 알리안사)의 에버린 마테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코트라는 바첼렛 후보의 당선 원인으로 칠레 국민들의 가치가 경제성장에서 복지와 분배로 옮겨갔다는 점을 꼽았다.

평균 경제 성장률 5.8%, 세수 170억달러, 1인당 구매력 기준 GDP 1만 8000달러 달성, 일자리 80만개 창출. 칠레의 현 정부가 재임기간동안 보여준 경제성장이지만 이러한 눈부신 성장에도 빈부격차 심화, 교육의 질 저하 등의 문제로 현 정부는 통상 30%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여 왔다.

공공조사센터가 올해 하반기에 2회에 걸쳐 실시한 설문에서는 가장 먼저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건(53%), 치안(48%), 교육(44%), 임금(26%)이 꼽힌 반면, 빈곤(24%)과 인플레이션(14%) 등의 경제 과제는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즉, 칠레 국민들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기본적인 복지와 치안ㆍ교육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첼 바첼렛의 신정부 정책의 골자는 ‘3대 개혁 : 조세ㆍ교육ㆍ정부’로 요약된다. 정부는 GDP의 1.5~2%를 투입해 교육의 질을 관리할 감독기관을 신설하고 하위 40% 계층에게 대학정원의 20%를 배당해 칠레 미개발 지역에 100여개 대학을 신설, 대학등록금 인상폭 고정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코트라는 현지 진출 기업들이 이 교육 개혁의 재원을 조세 개혁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라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조세 개혁을 위해 GDP의 1.92%를 투입해 GDP의 3%에 해당하는 세수를 추가 확보하려는 것을 볼 때, 이 정책은 효율성보다 탈세를 척결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칠레 진출 기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 조세 개혁에는 법인세 상향 조정, 외국인투자법 DL600조 폐지, 납세제외기금 철폐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4년간 점진적으로 법인세를 기존의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해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외국인투자법 DL600조가 폐지된다. 이 법안을 통한 투자는 어떤 경우에라도 자유로운 외환시장 접근이 가능해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었다. 또한 ‘고정세율 선택권’을 명시하고 있어, 이를 선택할 경우 일반 세율 대신 10년간 42%의 고정세율을 적용받되, 해당기간 중 세율이 변경되거나 새로운 세금이 제정되어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현재 일반 세율이 35%인 점을 감안할 때, 이 법안의 폐지로 지금 당장 진출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인 투자의 안전성이 낮아져 진출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코트라는 내다봤다.
 
아울러 납세제외기금(FUT)도 철폐된다. 이 제도는 기업의 활동을 통해 발생한 수익의 회계처리시, 납세제외기금에 넣어둔 수익은 납세대상에서 제외되며, 이를 사용한 경우에 한해 세금을 부과했다. 신정부는 많은 기업들이 이 제도를 합법적인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판단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신정부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북부전력거래소(SINC)과 중부전력거래소(SIC)의 송전망 연결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전력 관련 대형 프로젝트가 예상되며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화를 장려할 예정이다.
 
코트라 산티아고무역관 박성기 관장은 “신정부의 전력사업에 대한 관심이 향후 관련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나, 환경영향평가 기준 강화로 인해 프로젝트가 지연될 소지가 있다”며 “칠레 프로젝트 진출 관심기업들은 향후 신정부의 정책 수립에 촉각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