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는 자칫 올바른 영업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 금융시장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 식으로 금융권을 압박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내년에는 금융권의 시어머니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그룹 사태 등을 계기로 금융당국의 금융회사들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를 감시하는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가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회사들의 가장 독한 시어머니는 누가 뭐래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다. 사실 금융당국의 시어머니 노릇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새로 임명됐고,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은 새 부대에 새 술을 담기 위해 금융산업 개편 작업을 강하게 추진했다.
전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지목됐던 금융회사 수장들을 물러나게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들의 비자금 의혹까지 조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창조금융을 내세우면서 서민 및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를 요구하자, 금융회사들은 실적 악화 고민에 빠졌다.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으로 금융회사들은 블랙컨슈머마저 우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동양사태로 인해 대정부 차원의 금융소비자 보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하면서 금융권의 시어머니 역할을 시작했다.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CD금리 담합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현장 재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위는 할부거래과를 신설해 신용카드 할부거래에 대한 점검도 실시할 예정이어서, 카드업계의 고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소비자단체도 금융권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 감시 활동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금융소비자원이 대표적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최대 현안에서부터, 금융당국이나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문제제기를 하면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동양사태와 관련해서도 다른 어떤 민간단체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집단소송, 금감원의 국민검사 및 감사원의 국민감사 실시 등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회사 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금융소비자원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특히 내년에는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분리될 예정이어서 금융회사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동양사태가 터지면서 내년에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감시가 더욱 심해지지 않겠냐"며 "실적 악화가 심해지는데 시어머니만 늘고 있어 고충이 큰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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