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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에서 열렸던 브리티시여자오픈은 여러모로 한국 선수들에게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박인비의 그랜드 슬램 성사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지만, 1라운드 후 그 가능성에 의문이 들면서 2라운드가 끝날 즈음에는 거의 희박해졌다. LPGA투어 사상 초유의 그랜드 슬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박인비에게 큰 부담이 되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안타까운 것이 2위에 머문 최나연이었다.1,2라운드에서 각각 5언더파를 치면서 선두로 나섰던 최나연은 3라운드에서 3타를 잃긴 했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12번홀까지 3타차 선두를 지키고 있었던 최나연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났던 걸까? 물론 그 어려운 17번홀에서 버디를 하고 18번홀마저 버디를 챙긴 스테이시 루이스의 페이스가 좋긴 했지만, 최나연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다면 이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3라운드가 강풍으로 중단되어 리듬을 잃었고, 마지막 날에 3라운드와 4라운드를 치르면서 후반에 힘이 빠졌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골프가 안되는 핑계를 대려면 수 천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핑계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전유물이지 프로의 것이 아니다.
최나연의 우승은 이미 2라운드 후 인터뷰하면서 날아갔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2라운드 후 합계 10언더파로 단독선두에 오른 최나연은 밝은 모습의 상기된 표정으로 “내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코치와 캐디에게 그 공을 모두 돌리겠다”고 말했다. 이런 말을 하고 우승한 골퍼가 있었던가? 골프가 그렇게 만만한 스포츠이던가? 이런 말은 우승하고 나서 해야 할 말이다.아직 갈 길이 먼 사람이 절반의 성공에 도취된 나머지, 골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코치도 캐디도 아닌 ‘선수’ 그 자신임을 잊은 듯하다.
골퍼의 한 사람으로서, 골프를 치면서 매번 새로운 인생의 기회에 도전하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남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단언컨대 스코어가 좋으려면 결과를 신경쓰지 않고 골프를 즐겨야 한다. 좋은 샷을 즐길 수 있듯이 심각한 상황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좋은 스코어가 저절로 따라온다.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스코어가 좋지 않다면, 스윙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니 곧바로 연습장으로 달려가야 할 일이다.
과거에는 우승 후 마이크를 들이대면 몇 마디 못하던 선수들이 이제는 꽤 많은 말들을 하는 것을 본다. 그런데 쓸데있는 말이 거의 없다. 자신의 멘탈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하는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인터뷰를 상당히 많이 본다. 안타깝다. 우승한 사람들의 중간 인터뷰를 유심히 살펴보면, 조심스런 접근아래 전의를 불태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뷰 때에 자신이 라운드시 무엇을 잘 못했는지 자세하게 말 할 필요가 없다.
골프는 완벽의 게임이 아니다. 그런 잘못을 드러냄으로써 자신감을 잃는 결과만 생긴다. 부족한 부분은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 그냥 조용히 연습장에 가서 연습하라. 그러고 인터뷰에서는 편안하게 대화를 하라. 기자의 질문에 꼭 대답만 할 필요는 없다. 가끔 질문도 하라. 그러면 재미있는 인터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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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니스트(WGTF 티칭프로, 음향학 박사)
yjcho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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