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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0만원짜리 렉서스 IS250을 유예할부로 구매하면 총 5374만원을 내야 한다. [사진=렉서스]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매달 22만9000원만 내고 렉서스 IS250 타세요."
솔깃한 얘기지만, 이 차를 타려면 먼저 선수금 1437만원을 내고 3년 뒤 유예금 3113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36개월 동안 내야 할 이자까지 합치면 4790만원짜리 차를 총 5374만원에 구매하는 셈이다.
수입차 업계의 성장세를 주도했던 원금 유예할부 상품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카푸어(Car Poor)'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유예할부 상품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면서 카푸어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카푸어란 자신의 소득에 비해 무리하게 비싼 차를 사 빈곤을 겪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주로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 젊은 층이 카푸어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
이처럼 카푸어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은 수입차 업계가 지난 2010년부터 본격화된 유예할부의 영향이 크다. 이 제도의 만기 시기인 3년이 바로 올해 말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자동차 유예할부 예상 금액은 2204억원, 유예리스의 만기 금액은 930억원으로 총 3134억원이다. 2014년이 만기인 유예할부와 유예리스도 각각 2566억원, 1192억원에 달한다.
유예할부는 당장 신차를 살 여력이 없는 20~30대 소비자의 수입차 시장 유입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20~30대의 수입차 구매 비율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12년 수입차 구매자 가운데 20대의 비율은 7176대로 전년보다 50% 가까이 늘었으며, 30대는 2만8199대로 34%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렇다면 유예할부는 무엇이 문제일까. 유예할부를 이용하면 당장 매달 내는 이자가 낮아 부담이 적지만, 약정 기간이 끝나는 만기 시 목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 만기 시 차값의 최대 60~70%까지 설정한 유예금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자율도 높아 최종적으로 내야 하는 차값도 현금 구매 시 보다 10% 이상 많다.
이렇다 보니 유예금을 내지 못해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는 수입차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3년 뒤 차를 팔아도 남은 유예금을 갚기 어렵다는 데 있다. 수입차의 감가율이 국산차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출고 3년이 지난 중고 수입차의 평균 시세는 신차 가격의 40%대에 불과해 신차 이용 시 설정했던 유예금(60~70%)에 턱없이 부족하다.
유예할부로 덕을 보는 건 소비자가 아닌 수입차 업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도요타 등 국내 5대 수입차 업체의 할부금융사 영업이익은 지난 2년간 34% 급증한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은 소비자가 만기 시 원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예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원금을 갚지 못한 채 이자만 내며 결국 빚만 더 늘리게 되는 셈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할부기간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하는 할부 상품과 달리 원금 유예할부는 만기 시 한 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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