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지난 3일 나온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4·1 대책과 7·24 후속조치, 8·28 전월세대책에 이어 벌써 네 번째 내놓은 정부 대책에 해당된다.
그러나 잇따른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발표 직후 일시적인 효과에 머물렀을 뿐 시장에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매매거래는 일부 중소형에만 국한된 데다, 연말 세제혜택이 종료되면 내년 초에 또다시 거래절벽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셋값은 역대 최장인 6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매시장, 내년 초 거래절벽 우려
매매시장의 경우 양도세 면제 및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감면 등 일시적인 세제혜택으로 거래량이 늘었지만 세제혜택이 종료되는 내년 초부터 당장 거래절벽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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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한시적 취득세 감면혜택이 종료된 직후인 올해 1월과 7월에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 대비 각각 61.9%, 53.6% 하락했다.
여기에다 취득세가 영구적으로 인하되면 내년 부동산시장은 관망세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이 한시적으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기간 안에 서둘러 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취득세의 한시적 감면과 달리 영구 감면은 오히려 시장의 관망세를 부추길 것"이라며 "연말 막차효과 이후 내년에는 거래절벽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12·3 후속조치를 통해 공유형 모기지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부동산 관련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우회적 정책"이라며 "근본적 시장침체 원인이 가계부채 증가와 높은 집값 등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의 주택구입지원책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난 더욱 심화, 서민 고통 가중
전셋값은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정부가 급등하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8·28 전월세대책을 내놓았지만 전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8% 오르면서 66주 연속 상승했다.
전셋값은 8·28 대책 이후 상승폭이 되레 커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1% 미만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8월 이후 1% 이상씩 급등해 3개월 만에 3.86%나 올랐다. 전세난은 강남·서초·송파구 등 재건축 이주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시작됐지만 금천·중·성동·성북구 등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정부가 내놓은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의 경우 낮은 금리로 관심을 모으긴 했으나 적용 대상 및 기준의 한계로 시장의 숨통을 틔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또 기존주택 매입·전세임대를 하반기에 집중 공급해 전세난을 해결한다고 했지만, 현재 매입·임대주택은 목표의 30%밖에 채우지 못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Ⅰ·Ⅱ 상품 역시 저조한 실적을 보인 끝에 '목돈Ⅰ' 상품은 사실상 폐기됐다.
결국 매매수요를 활성화해 전세난을 잡겠다던 정부 대책은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수요자의 심리를 자극하지 못한 채 매매 및 전세시장 모두 얼어붙게 만든 셈이다.
◆국회 파행, 부동산시장 왜곡에 결정타
가장 큰 문제는 거듭된 국회의 파행으로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적시에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경제활성화 중점 처리 법안으로 추진 중인 법안 15개 중 5개가 부동산대책 관련 법안이다. 대표적인 법안이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다.
논란 끝에 새누리당과 정부가 올해 8월 28일까지 소급 적용키로 협의를 끝낸 사안이지만 이후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시장에 혼란을 더하고 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 세수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며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정상화 이후에도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밖에 양도세 중과 및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도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실효성도 없는 부동산대책만 쏟아내기보다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하루 빨리 실행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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