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자금운용기관에는 국민연금공단이나 우정사업본부가 있으며, 제안서를 요구한 구체적인 기관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A등급 회사채 시장이 위축됐다고 판단한 기관이 금융당국 정책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제안서 요구는 펀드를 조성하기 전 일반적인 절차로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7월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내놨지만 금융투자업계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 방안은 회사채 시장 정상화를 위해 총 6조4000억원을 공급,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임정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으로 수요부족 탓에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이나 조선, 해운업종이 자금경색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고민은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신용위험인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비우량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기업 또한 회사채 발행을 피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우량등급 기준이 돼 온 A등급 회사채도 마찬가지다.
AAA등급 무보증 일반회사채 발행건수는 10월에만 18건으로 전월 7건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BBB등급 회사채 발행건수는 5건에서 1건으로 줄었다. A등급 회사채 발행은 9월 9건에서 10월 12건으로 늘었지만 금액이 1조17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A등급 회사채가 사상 처음으로 발행액보다 만기액이 많은 순상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채 만기 상환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얘기다.
A등급 회사채가 가진 투자매력은 AA등급 또는 AAA등급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을 뿐 아니라 내년 금리 상승시 더 많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증권가는 A등급 회사채 전용펀드가 성공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을 살리기 위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정부 산하 기관이 A등급 회사채 전용펀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는 이미 전부터 논의돼 왔다"며 "만일 국민연금이 이 펀드를 만들 경우 '왜 기업을 돕는데 연금을 쓰느냐'는 반론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유태인 동양증권 연구원 "A등급 회사채는 유동성 부족 탓에 문제 발생시 환매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운용사 입장에서 정부가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여러 위험을 안고 펀드를 운용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부 산하 기관이 A등급 회사채 전용펀드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었다"며 "펀드 설립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인 만큼 정책적인 지원이나 검토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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