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5개 기관이 볼커룰을 승인하고 오는 2015년 7월 21일부터 발효하기로 했다.
볼커룰은 지난 2010년 발효된 금융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 법안'의 하위 규정으로 자기자본 거래 금지 등 금융기관의 위험한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안이다. 전 연준 의장인 폴 볼커의 이름에서 비롯됐으며 금융시스템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들어졌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볼커룰의 목적은 예금기관의 과도한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볼커룰의 핵심은 은행의 자기자본·차입금 등을 이용한 채권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한 것이다. 자산 500억 달러 이상인 대형은행들은 당장 진행하고 있는 자기자본을 이용한 비즈니스를 멈추고 새로운 대안책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부터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규정 이행 상황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볼커룰 승인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볼커룰은 규제당국이 안정된 금융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진실된 노력"이라며 "전반적인 경제 안정성에 일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은행업계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볼커룰은 금융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유동성 타격도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기자본 거래로 인해 초래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고객의 투자를 제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은행의 수익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 따르면 볼커룰은 미국 대형은행 8곳의 세전수익 100억 달러를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골드만삭스의 경우 볼커룰로 인해 연수익의 25%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고 FBR캐피털마켓은 추정했다. 골드만삭스의 매출 절반이 투자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17%는 주식 및 대출 투자를 통해 창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의 암울한 시기에 볼커룰이 승인돼 은행들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켰다고 전했다. 올해 투자가 둔화되면서 은행 수입이 저조한 데다 규제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은행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임금을 삭감하며 수익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행협회는 "은행과 고객들이 거대하고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규제 때문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또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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