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1년 명암] 세종청사는 'MBA'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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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1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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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하나 편한 게 없는 세종시…2단계 이전 부처는 벌써 불만

출퇴근 공무원 1000여명 허리·목 등 통증 호소
세종청사는 365일 공사 중…겨울은 안개·눈과의 전쟁


아주경제 세종팀= "MBA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한 지 어느 새 1년이 되는 A 공무원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불륜을 MBA에 빗대며 "대부분 세종청사에서 주 5일 일하고 주말에 서울 집으로 이동하지만 바쁠 때는 2~3주 만에 가기도 한다"며 "외지에서 상주하다 보니 불륜도 자연스러워진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 공무원이 말하는 MBA는 경영학 석사(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를 의미하는 게 아닌 Married But Available, '기혼이지만 자유롭게 사는 사람'을 뜻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불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세종청사 근무 공무원 상당수는 허리·목 등 통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일반 통근버스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바로 그들인데, 하루 평균 4시간가량을 비좁은 버스에서 시달리고 있는 만큼 출퇴근하다 보면 녹초가 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최근 2단계 부처 이전이 임박하면서 해당 부처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편의시설 미비 등이 이러한 불만의 단골메뉴다.
 

◆죽음을 불사한 세종청사 공무원의 암울한 생활
5600여 공무원들이 세종청사에 이주한 지 1년. 이들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이 가운데 하루 평균 4시간을 출퇴근하는 1000여명 공무원들은 허리와 목 등의 통증을 호소한다. 리무진 등 고급 버스가 아니라 좁지만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일반 통근버스이기 때문이다.

통근버스에서 불편함을 덜어내기 위한 방법에 대해 B 공무원은 "여자는 남자 옆에, 남자는 여자 옆에 앉아야 한다"며 "어깨가 넓은 남자와 엉덩이가 큰 여자가 앉아야 균형이 맞기 때문"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지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해했다.

출퇴근 길에서 생긴 피로는 누적이 됐고, 비효율적인 업무는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잦은 야근을 하게 만들었다.

이에 죽음을 맞이한 공무원도 생겼다.

환경부 C 사무관은 지난달 11일 오후 2시20분께 과로로 쓰러져 운명을 달리했다.

농림축산식품부 D 공무원도 과로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지만 국회 및 행정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청사에서 힘들게 근무하고 있다.

◆세종청사는 365일 공사 중…겨울은 안개·눈과의 전쟁
금강과 본류에서 갈라져 나온 미호천이 도심을 감싸고 돌면서 수증기를 공급하는 세종시의 지리적 여건은 안개를 자주 만든다. 세종청사 바로 옆에 조성된 인공호수도 짙은 안개에 한몫하고 있다.

차량 이동이 집중되는 새벽에 짙은 안개가 끼면 바로 앞 신호등과 교통표지판이 보이지 않아 세종청사 주변에서는 거의 매일 추돌사고가 일어난다. 첫마을과 대전 방향, 오송~세종 간 10중 추돌사고도 빈번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제설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겨울엔 한 부서에서 1~2명이 빙판길에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경우가 있었다.

아직도 공사 중인 2~3단계 공사현장에서 날아온 흙먼지 등 각종 오염물질은 기관지염, 폐렴 등 건강을 위협한다.

2단계 청사는 이미 지난달 16일 준공을 했지만 여전히 인테리어, 조경 등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공사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부실공사도 우려된다.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자체 정기감사에서 1단계 공사 하자검사 처리 지연, 2·3단계 공사 우수처리시설 중복 및 저가 하도급 방치 등을 적발했다.

◆어느 하나 편한 게 없는 세종시…2단계 이전 부처는 불만 가득
의료, 교육, 쇼핑, 문화시설 등이 없이 일터와 숙소에서만 생활한 지 1년이 넘은 E 공무원은 "감옥에 있는 것처럼 답답해 미칠 지경일 뿐더러 세종시의 주유소, 편의점이나 마트의 물가는 전국 최고"라며 "새집증후군, 교통, 주거, 업무여건, 교육 등의 문제점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불편함에 익숙해져갈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청사 담장의 중간중간에 만들어진 감옥에서나 볼 수 있는 쪽문을 통과하면 누구든 굴욕감을 느낄 수 있다.

안행부는 외부 주차장에서 사무실, 다른 건물로 이동할 때 거리가 멀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불편을 덜어준다며 담장에 여러 개의 쪽문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쪽문은 한 사람씩 출입증을 대야 회전이 되는 문이라서 출퇴근 시간이면 수십 명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먼저 느낀다. 덩치가 큰 사람은 머리를 수그리고 들어가거나 출입조차 안 되는 일도 벌어진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산업부, 고용노동부 등 6개 부처 4800여명이 지난 13일부터 세종청사로 이전을 시작했다.

1단계 이주 때 화장실과 주차장 등 생활시설이 부족해 원성이 자자했던 세종청사는 지금도 교육, 의료, 주차시설 등이 없는 '행복하지 않은 도시'로 불린다. 지금껏 쏟아부은 예산에 비해 나아진 건 별로 없어 2단계 이전을 준비하는 공무원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산업부 F 공무원은 "청와대와 안행부, 국회도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안 되면 국회 상임위만이라도 세종에서 여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이어 "이전할 중앙행정기관이 모두 17개 부처에 1만2000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세종시대가 개막하는 셈"이라며 "세종청사의 기형적인 구조 탓에 부처 간 칸막이는 갈수록 높아만 가고, 교통·정주여건 등은 고사하고 업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무조정실이 올 1~10월 세종청사 공무원으로부터 접수한 불편신고는 모두 611건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업무, 교통, 의료, 자녀교육, 문화생활, 주차 등 기본적인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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