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잃었을지 몰라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찾는다. 위기에 빠진 기업일수록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려면 위기에 빠진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 희망을 발견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얻는다.
위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우리만 하더라도 한국전쟁과 1970년대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헤쳐왔다. 수년전부터 되풀이되는 글로벌 경제위기는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다. 올 한 해 역시 기업의 경영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할 전망이다.
어렵다는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닌 이 위기를 타개할 위기극복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수십년을 글로벌 시장에서 호령하고 있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예외없이 위기를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 기업의 성장은 위기와 성장통의 극복이다. 올해 역시 거의 모든 기업들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화두다.
이렇다보니 위기를 극복한 실제 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한 연구결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위기 상황에 처한 많은 기업들의 처방전이 될 수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더 강해지는 기업'에 따르면 후지, 나이키, 넷플릭스 등은 기업 불확실성을 기회로 삼아 더 성장했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드는 방법은 △자사만의 핵심역량을 파악 △'핵심사업'과 '핵심역량'을 구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나이키는 자사의 디자인에 IT를 접목해 체질 개선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아이팟과 운동 데이터를 접목하는 발상은 IT 트렌드와 기록 측정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간파한데서 나왔다.
디지털 카메라 등장으로 무너진 코닥과 달리 후지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한 경우다. 후지는 필름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평판 디스플레이, 화장품, 제약 등으로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필름과 화장품에 쓰이는 기술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 화장품 산업에 진출한 것은 실로 놀라운 변신이다.
국내 경제의 대표 두 축인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수많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좋은 사례다. 일례로 2000년대 중반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는 스마트 시대를 맞이하며 위기를 맞았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삼성전자는 여전히 피처폰 수준에서 헤매고 있었다. 아이폰은 금세 글로벌 전체를 집어삼킬 듯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옴니아 시리즈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삼성의 휴대폰 사업은 붕괴 직전까지 갔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변화는 시작됐다. 늦었지만 차근차근 위기를 극복해갔다. 당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은 무선사업부를 전면에 배치하는 체질 개선으로 초강수를 뒀고 삼성 휴대폰 기술의 총집약체인 갤럭시S를 재빠르게 선보였다.
이후 갤럭시S를 필두로 한 갤럭시 시리즈는 성공을 거듭했고 7개월 만에 전 세계 판매량 1000만대를 넘기더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기준 31.3%로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등극했다.
같은 기간 당시 휴대폰 시장 1위였던 핀란드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흡수당하고 미국 최대 휴대전화 업체였던 모토롤라를 구글이 집어삼킨 것과는 현저히 다른 결과다. 삼성전자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시장을 선도한 셈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주요 경영의 고비마다 역발상 경영을 통해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은 바 있다. 지난 1998년 현대차는 기아차의 부채를 7조1700억원 탕감받는 조건에 기아차 주식 51%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했다.
현대차가 기아차의 인수자로 결정됐을 당시 시장에서는 양사의 동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아차의 정상화에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분석됐지만 정 회장은 기아차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인수 후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기아차는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되며 약 22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후 기아차는 매년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며 이제는 현대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저 자동차 업체로 성장했다. 정 회장만의 역발상 경영이 오늘날의 기아차를 있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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