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내년초 '양도세 폭탄'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연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가 전월세 상한제와 함께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향후 5년간 양도세 감면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면서 부동산 시장에 가져올 충격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에도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 및 철도경쟁체제 등 정치적 이슈에 따라 연내 처리가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도세 중과 폐지 여야 합의 가닥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함께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등 부동산 제도 개편에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자가 주택 매매로 얻는 차익에 대해 최대 50%(2주택) 또는 60%(3주택 이상)의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당초 정부가 폐지를 추진했지만 매번 국회 문턱에서 걸렸다. 대신 1년 단위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현재 기본세율(6~38%)이 적용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이명박 정부부터 꾸준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주요 부동산 대책에 포함해 발표해 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지난 4·1 부동산대책에서 양도세 중과 폐지를 내걸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여당의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당 차원에서 공들여온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관철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월세 상한제는 재계약 때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일부 급등지역이나 공공주택 등에 한정해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양도세 중과 폐지의 절박함을 감안하면 결국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2년 계약을 마친 뒤 1년을 추가로 더 살 수 있는 '2+1 방식'이 유력하다.
이른바 '2+2 방식'에 대해서는 여권에서 부작용의 우려가 더욱 큰데다 우리나라의 초·중·고교 학제와 비교해도 4년보다는 3년이 맞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시장 "일단 환영하지만…"
여야가 양도세 중과 폐지에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대일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매번 국회 문턱을 못넘던 양도세 중과 폐지가 연내 처리된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양도세 감면이 연장되지 않는 이상 연초에 거래가 급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 폐지와 함께 연말 종료되는 양도세 감면 혜택 연장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기존 주택 거래시장보다는 미래가치가 높은 신규 분양시장이 양도세 면제효과를 봤다"며 "내년 선거를 앞둔 데다가 건설협회 등이 양도세 면제 연장 등을 요구하는 만큼 시장상황이 불안정하면 뭔가 대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올해는 막차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내년 거래절벽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며 "시장상황을 면밀히 보겠지만 현재로서는 양도세 면제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안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어 양도세 중과 폐지의 연내 처리가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 법안을 사실상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는 상황에서 원내지도부 간 회동이 이뤄질 경우 쟁점 현안에 대한 '패키지 딜'(일괄 타결)을 시도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안 등 정치적 쟁점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관련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라며 "매번 정쟁에 밀려 부동산 시장의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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