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대형마트.(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지난해 국제곡물가격지수가 2010년 8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곡물 생산으로 밀과 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식품업계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2012년 곡물파동 당시 국제곡물가격지수가 치솟자 앞다퉈 소비자가격을 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4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밀의 가격은 t당 213달러로 전년 대비 24.5% 하락했다. 옥수수는 t당 285달러, 대두는 521달러에 거래돼 전년 대비 각각 39.6%, 6.5% 감소했다.
감소폭은 전 세계적인 이상기온으로 국제곡물가가 한창 들썩이던 2012년 8월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밀은 2012년 8월 대비 33.8% 가격이 떨어졌으며, 옥수수와 대두 역시 각각 28.8%, 16.3% 떨어졌다.
이처럼 국제곡물가가 안정적 궤도에 접어들었지만 식료품 가격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한창 우리나라를 덮쳤던 2012년 당시 햇곡 가격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10년 만에 햇반 가격을 1280원에서 1400원으로 9.4% 인상했다. 국제곡물가격과 더불어 국제원자재 가격 역시 떨어졌지만, 다시 이전 수준으로 값을 내리지 않고 있다.
삼양식품도 2012년 당시 삼양라면 가격을 700원에서 770원으로 10% 올리는 등 6개 품목의 권장소비자가격을 5∼10% 인상한 바 있다. 동원F&B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살코기 참치 100g 3개짜리 묶음을 4900원에서 5380원으로 올리는 등 가격을 6.7∼9.8% 인상했지만 다시 내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밀가루 가격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더욱 높은 상황이다. 가격 하락폭도 크지만, 밀가루 가격이 전체적인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재료로 쓰는 빵, 과자, 라면 등 주요 식료품의 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
제분업계 주요 3사는 작년 초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밀가루 가격을 올렸다. 시작은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이 끊었다. 그동안 가뭄으로 국제 곡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가격 인상분을 감내했다며 밀가루 가격을 평균 8.8% 인상한 것이다. 이후 경쟁업체인 동아원도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7% 높였으며 대한제분도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6% 인상했다.
제분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초 제품가격을 올릴 당시 상승분을 모두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에도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가격 인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초에도 기업들의 제품가격 인상은 이어지는 상황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한 상자(12개) 가격을 올해 생산분부터 20% 올리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해태제과도 에이스·홈런볼 등 7개 제품 가격을 평균 8.7% 인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소비자가 제품가격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기업들은 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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