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상장사 ‘9.9억 증자’ 악용… 대부분 적자기업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자금 수요에 목마른 부실 상장사들의 소규모 유상증자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 소액공모 제도상 유상증자 금액이 10억원 미만일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 받는 점을 이용, 이른바 ‘9.9억원’짜리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억원 미만의 소액 유상증자에 나선 상장사는 코스피 3개, 코스닥 7개로 총 10곳이다.

10곳 가운데 뉴프라이드코퍼레이션만 10억원에서 2억원이 빠지는 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8개사는 모두 9억9900만원대의 유상증자를 했다. 10억원 미만에서 최대한 자본을 확보하겠단 얘기다.

특히 와이제이브릭스(옛 영진인프라)는 상장 이후 실시한 24번의 유상증자 중 절반이 소액공모였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면제 기준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한 지난 2009년에 이후로는 70% 가량을 9억9900만원 규모의 소액공모를 했다.

와이제이브릭스는 올 들어서도 두 번의 소액공모를 시행했다. 와이제이브릭스는 지난 7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주당 731원의 신주 133만3333주를 발행, 9억9999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청약은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받았다. 1월에도 와이제이브릭스는 9억9999만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은행 등에서 자금조달이 어렵자 신고 의무가 면제되는 소액증자로 자금 조달을 꾀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업일수록 재무구조가 취약한 경우가 많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소액공모 이후 심사 과정에서 자진 철회하거나 상장폐지된 상장사가 있어 투자자가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제이브릭스는 지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7년째 영업손실을 이어오다가 2010년 20억원의 흑자는 낸 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3분기 누적으로는 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외 태창파로스, 금성테크, 에스티큐브, 일경산업개발 등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와이제이브릭스(14.5점)와 태창파로스(11점)는 적자뿐 아니라 공시의무위반 누계벌점 15점에 가까워 관리종목 우려도 크다.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면 신용거래가 금지된다. 특히 매매계약 체결방법이 30분 단위로 접수된 호가를 동시호가로 보아 단일가격에 의한 개별경쟁매매를 적용한다. 즉 30분에 한 번씩 거래가 체결, 환금성 크게 떨어진다.

금융감독원 증권발행제도팀 관계자는 “한계기업의 소액공모 제도의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도를 축소하는 등 제도 개선을 고려 중이나 기업자금 조달이 위축될 수 있어 단계적으로 줄일 생각이다”고 말했다.

제도 자체를 없앨 경우 기업 자금조달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만들어진 소액공모제도를 일부 한계기업이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결국 투자자들이 신중히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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