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를 받고 있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초기 대응 실패로 어린 학생들이 대거 숨지자 3년 전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대형 여객선 화재 사고의 침착한 초기 대응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인근 해상에서 부산을 떠나 제주로 항해하던 여객선 설봉호(4166t)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과 해경의 신속한 출동으로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탑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당시 심야 시간이던 오전 1시 20분께 선미 부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 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128명이 타고 있었다.
선박 내부에서 야간 당직 근무 중이던 승무원은 기관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확인하고 선장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심야 시간대여서 다수의 승객들은 객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승무원들은 1층부터 3층까지 빼곡한 선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며 대피를 지시했다.
승객들은 불이 난 여객선 선미를 피해 선수 쪽에서 구조를 기다린 뒤 고무보트와 사다리 등을 이용해 배를 탈출했다. 구조 신고 후 2시간 20여분 만에 모두 구출된 것이다.
당시 구조작업에는 여수해경 경비함정 317함과 해경 경비정 24척, 해군 경비함 등 30여 척이 함께했다.
한밤중에 망망대해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선박 화재.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상황에서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당시 경비함정 함장으로 일선에서 구조를 지원했던 여수해양경찰서 임재철 해상안전과장은 "당시 선장과 승무원들이 사고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적절한 대응으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사건으로 기억된다"며 "해상사고 발생 시 무엇보다 신속한 신고가 우선돼야 하고, 선장이 사고 유형별로 판단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자기만 살겠다고 선박을 먼저 탈출해 구조됐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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