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세상은 따뜻하다... "80대 참전용사의 소중한 성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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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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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죽고 나면 나머지 재산 1천500만원도 이웃에 써 달라”

지난 8일 사하구청에 이웃돕기성금으로 2천만원을 기탁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김원찬(사진)씨.


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평생 혼자 살면서 길거리 장사로 모은 돈인데 살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좋은 일에 써주세요."

6.25 참전용사인 80대 독거 어르신이 평생 노점상으로 모은 돈 2천만원을 지난 8일 사하구청에 이웃돕기성금으로 기탁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주인공은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 사는 김원찬(85)씨.

김 씨는 전쟁 당시 신체 일부에 장애를 입어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을 노점상으로 먹고 살아 왔다. 살면서 생필품 외에는 거의 쓰지 않았기에 예금 3천5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올해 들어 ‘살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부쩍 들어 그동안의 재산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예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무작정 예금을 찾았는데 막상 어디로 가져가야할지 모른 채 인근 소방서를 찾았고 구청으로 연락이 닿게 됐다.

구청 담장자가 택시를 타고 달려가 소방서에서 만난 그의 손에는 3천만원짜리 수표가 들려져 있었다.

그는 "내년에 내가 죽을 것 같다"며 "2천만원은 이웃돕기성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천500만원은 구청에서 갖고 있다가 내가 죽으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청 담당자는 그의 말에 따라 2천만원은 일단 수령하고 "나머지는 사는 동안 쓰시고 싶은데 쓰시고 그래도 남으면 내년에 기탁해 달라"며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면 수시로 전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핸드폰은커녕 집 전화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돈이 아까워 난방을 하지 않기에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사람구경하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듣고 저녁 늦게 들어와 잠을 청하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였다.

절약이 몸에 배어있기도 하지만 외로움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후 구청 담당자는 그의 집주소만 받아들고 언제 집으로 가면 만날 수 있는지만 확인한 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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