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앞다퉈 상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하 유커) 특수로 브랜드 인지도 및 매출이 수직상승했기 때문이다.
네이처리퍼블릭·토니모리 등은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마치고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잇츠스킨과 바닐라코 등도 내년에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1년 사이에 3~4개 업체가 상장하는 셈이다.
23일 관련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최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빠르면 오는 6~7월경 상장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동남아 시장 확대에 따른 전망이 밝다"며 "상장을 통해 동남아 및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모리는 2006년 설립된 중저가 브랜드숍으로 용기제조업체 태성산업이 모기업이다. 과일, 입술 등 독특한 화장품 패키지와 '100시간 크림' 등이 유커에게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액 2051억원을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지난해 말 대신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올해 안에 상장하겠다는 의지다. 본래 내년께 IPO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주식시장에서 화장품 기업가치가 상승하자 시기를 앞당겼다. 오는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거쳐 11~12월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더페이스샵'을 만든 정운호 회장이 만든 브랜드숍이다. 대표 품목인 '알로에 수딩젤(짐승젤)', '진생 로얄실크 크림(아나운서 크림)'등이 입소문을 타면 올해 약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47% 성장한 수치다.
잇츠스킨도 오는 10월 상장예비심사를 거친뒤 늦어도 내년 3월께에는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잇츠스킨은 한불화장품이 지난 2006년 출범시킨 브랜드숍으로 수년간 고전하다 최근 출시한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달팽이 크림)'이 인기를 얻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액도 2012년 317억에서 지난해 2411억원으로 2년만에 660% 올랐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도 27억에서 991억3600만원으로 3317% 뛰었다. 롯데면세점 주요 화장품 판매 순위에서는 브랜드숍 중 유일하게 '톱 5'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들이 상장을 서두르는 이유는 유커가 국내 브랜드숍 화장품에 열광하면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장하면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매출 2000억원대 잇츠스킨이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로부터 2조원에 매각 제의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올해 들어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75%이상 급등하면서 400만원대를 돌파하자 화장품 주에 대한 투자업계 수요도 많다. LG생활건강·코스맥스·에이블씨엔씨 등 관련 업체들도 4개월 만에 주가가 40~60% 상승했다.
업계는 화장품의 성장성이 높은데다 중소 업체들의 조바심이 큰 만큼 IPO에 나서는 브랜드숍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A브랜드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 시장포화와 경쟁 과열로 휘청거렸던 업계가 '유커'로 다시 회생의 기회를 맞았다"며 "하지만 한편에서는 중국 등 후발 국가의 추격 속도가 빨라 관련 열풍이 3~5년 안에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글로벌 사모펀드 등의 관심이 국내 중소 화장품 업체에 쏠리면서 몇몇 화장품 브랜드숍, 원재료 공급 및 OEM 업체들도 상장준비에 나서고 있다"며 "관련 열풍이 큰 만큼 묻지마식 투자에 대한 위험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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