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서 향후 재협상의 최대 쟁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장한 채무 탕감과 만기 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국민투표 결과가 확정되자 IMF가 공개한 보고서를 거듭 언급하면서 “이번에는 협상 테이블에 부채탕감 문제를 올릴 때”라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말 기준 3173억유로에 달하는 그리스 정부 부채의 탕감을 포함한 채무조정 여부가 국제 채권단과 그리스 간 재협상의 최대 이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IMF 보고서가 공개된 다음 날인 3일에도 공영방송 ERT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부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30% 헤어컷(부채탕감)과 만기 20년 연장”이라고 말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국민투표의 반대는 채무 경감이 포함된 협상안 타결”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7일 열리는 유로존 긴급정상회의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이러한 내용으로 다른 회원국 정상들과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2012년 총선 때부터 “그리스의 국가 채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채무 탕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난 1월 말 집권한 이후 “채권단과 협상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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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채무 재조정에 반대했지만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으로는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 바 있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국가안보국의 도청 문건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11년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아도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채권단은 2012년에도 그리스가 재정수지 목표를 달성하고 구제금융 프로그램 정책들을 이행한다면 추가 ‘채무 경감(debt relief)’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다만 채권단은 치프라스 총리가 협상 파트너로서 신뢰를 잃었다고 비난해왔기 때문에 그를 제외하고 채무재조정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IMF는 지난달 26일 작성해 뒤늦게 공개한 그리스 부채 관련 보고서에서 “그리스의 부채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만기연장과 부채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MF가 공식문서에서 채무탕감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은 처음이었다.
2014년 말 기준 그리스 정부부채 3173억 유로 중 IMF는 270유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1948억유로, 유럽중앙은행(ECB)는 260억유로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전체 그리스 채무 중 트로이카에 진 채무는 78%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고서는 올해 10월부터 2018년 말까지 519억유로의 신규자금이 수혈돼야 그리스의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그리스가 신규자금을 지원받더라도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했을 때 그리스의 부채비율이 2020년에 150%, 2022년에 140%까지밖에 안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로이카’ 채권단인 IMF, EC, ECB와 2012년 합의한 지속 가능한 부채비율 110%에 도달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해당하는 액수가 탕감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리스의 작년 GDP 1790억 유로의 30%는 537억유로(약 67조원) 정도 된다.
보고서는 또 “그리스의 상환 유예 기간을 20년까지, 상환 기한은 40년까지 늘리고, 적어도 2018년까지는 버틸 수 있게 추가적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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