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대 총선을 말한다] ⑨여론조사-널뛰는 수치, 지지율 함정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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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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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권력’ 여론조사의 불편한 진실 Ⅱ. 1)전화 DB의 비표준화 2)난립한 군소업체 3)표본과 선택항, 조사방식

박근혜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6년 4·13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대선), 2018년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등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차기 총선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산물인 ‘87년 체제’, 외환위기를 초래한 ‘97년 체제’ 이후 새로운 질서를 가늠하는 이른바 ‘정초(定礎) 선거’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 시대의 역사 재평가작업과 맞물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키는 국민이 쥐고 있다. <편집자 주>

여론조사는 '민심의 메시지'다. 다이내믹한 한국 정치를 읽는 중요한 척도다. 하지만 때때로 여론조사는 칼로 돌변한다. 민심을 읽기는커녕 전체 흐름을 오판하는 '악의 진원지'로 돌변하기도 한다. 87년 체제와 함께 성장한 여론조사는 때때로 오작동하는 한국 정치의 길을 걷는다. 한국 정치가 진화와 퇴행을 반복하듯, 여론조사도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RDD, 너는 누구냐… '떴다방' 가격 1/10

19일 여야와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여론조사의 문제점은 크게 △비표준화된 전화 DB(database) △난립한 군소업체 △표본과 선택항, 조사방식에 따른 내재된 한계 등 세 가지다.

현재 각 여론조사기관은 기존의 KT 등재 방식에서 벗어나 RDD(임의번호걸기·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민심을 읽는다. RDD는 지역번호와 국번 이외 마지막 4자리를 무작위로 뽑은 뒤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은 가구까지 조사하는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여론조사 방식이 아닌 전화번호 DB를 만드는 방식인 셈이다.

이 방식은 2010년 6·2 지방선거 전후로 2040세대의 과소 대표성이 도마 위에 오르자 각 여론조사기관에서 도입했다. 전문가와 학회에서는 수도권·화이트칼라·2004세대 등 이른바 '스윙보터'(swing voter·특정 정당이 아닌 이슈 등에 의해 움직이는 계층)가 기존 집전화 대신 휴대전화만 쓰는 만큼 기존의 KT 등재 방식의 한계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29 재보선 투표일인 29일 서울 관악구 난향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하지만 지금도 여론조사 정확성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RDD 방식의 비표준화다. KT 등재의 경우 '동일한 모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무작위 방식인 RDD는 그야말로 명확한 기준 없이 각 여론조사기관에 맡기고 있다. RDD 방식에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20대 총선을 앞두고 '떴다방' 업체들이 10분의 1 이하의 덤핑 된 가격으로 '묻지마식 발주'에 나서자, 여론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의 전화면접 방식 비용은 샘플당 1200원으로, 표본 1000명 조사 시 1200만원가량 든다. 반면 떴다방의 경우 80만원 정도 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값 적용 제각각… 특정지역 과대 대표도 문제

여론조사기관의 '떴다방'식 운영에는 인허가의 제도적 문제는 물론, 검증된 여론조사 기법이 없다는 점도 한몫 한다. 통상적인 여론조사의 경우 2040세대의 응답 비율은 5060세대에 비해 낮다. 이 경우 최근 선거 투표율을 기준으로 인구구성비를 조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의 변화된 흐름을 적용해 세대별 표본을 재구성해야 하는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평균값 적용도 제각각이다. 일부 여론조사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조사 때 '보통'이라는 선택항을 사용한다. '잘한다'와 '못 한다'의 평균값 개념을 통해 지지율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국회 본청.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는 '민심의 메시지'다. 다이내믹한 한국 정치를 읽는 중요한 척도다. 하지만 때때로 여론조사는 칼로 돌변한다. 민심을 읽기는커녕 전체 흐름을 오판하는 '악의 진원지'로 돌변하기도 한다. 87년 체제와 함께 성장한 여론조사는 때때로 오작동하는 한국 정치의 길을 걷는다. 한국 정치가 진화와 퇴행을 반복하듯, 여론조사도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지지율 조사방식은 '4점 척도'(매우 잘한다·잘하는 편이다·못하는 편이다·매우 못한다)다. '한국갤럽'의 경우 '긍정·부정'과 함께 '어느 쪽도 아니다·모름 및 무응답'으로 구성했다. 평균값 적용과 그렇지 않은 경우 어느 쪽이 민심을 더 정확히 읽는지 알 수 없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호남 지지율 5%'(한국갤럽의 지난해 11월 둘째 주)' 논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진성준 더민주 의원은 당시 '한국갤럽'의 광주·전라 표본이 103명이라는 이유로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조사"라고 잘라 말했다. 표본 103명으로 전북의 14개 시·군, 전남의 22개 시·군, 광주 5개 구의 민심을 담을 수 있느냐는 논리였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남수 한국입법정책연구원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여론조사 방식의 한계와 관련해 "RDD 방식의 오차와 조사문항, 질문지의 선택항 문제는 물론, 적은 표본 조사와 통계 보정이 지닌 한계도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선거철만 되면 우후죽순 생기는 업체의 조사 정확성 문제로 여론조사 신뢰도가 하락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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