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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장슬기·이정주 기자 = #.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인터넷에서 산 해외발급 카드정보로 신용카드를 복제, 현금화하기 쉬운 금과 담배를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온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위조신용카드를 활용해 현금융통을 일삼는 방식을 수차례 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 한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는 골드바를 판매한다는 명목으로 200억원대 카드깡을 하다 적발됐다. 실제 금을 판매하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로 금을 산 것처럼 꾸미고 수수료를 뺀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상품이 전달됐다는 기록을 만들기 위해 초콜릿을 택배로 보내 배송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단순히 오프라인 단말기를 통해 이뤄지던 카드깡이 온라인으로 확대됐다. 복제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 금, 담배 등을 판매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현금융통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품 거래 대가로 카드결제…수수료만 제외하고 현금화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4년 카드깡 등 불법 자금융통 혐의 업체 313개사를 적발한 바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불법대출을 광고했다.
이들은 특히 금융회사를 사칭해 '저렴한 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광고를 접한 소비자가 전화를 하면 유선으로 카드번호를 제공 받은 뒤 할부로 허위 매출을 발생,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활용한 불법 현금융통 사례도 있다. '휴대폰 소액결제로 대출 가능'이라는 전단지를 통해 광고를 하고, 이를 접한 소비자들이 연락을 하면 휴대전화로 현금 10만원의 소액결제를 일으킨 뒤 수수료 4만원을 제한 6만원을 현금으로 융통해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을 활용한 카드깡 수법이 빈번하다. 위 사례와 같이 현금융통이 쉬운 금을 활용하거나, 고가의 노트북을 카드깡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노트북을 판매한다는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200만원 상당의 카드 결제를 받고, 수수료를 제외한 150만원을 통장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카드깡은 수수료 부분을 연환산해 계산할 경우 매우 높은 이자율의 불법대출에 해당된다"며 "소액이 필요하더라도 불법업체가 아닌 반드시 정식 금융회사의 대출상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자와 입 맞춰 적발 힘들어…부실 우려 높아
문제는 이 같은 카드깡 수법이 빈번하다해도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불법적인 현금융통을 걸러내고 있지만 카드깡 업자와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들간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을 경우 이 조차도 쉽지 않다.
또한 기본적으로 업자들은 물품을 거래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쓰레기 등을 넣은 박스를 배송하는 등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관계자는 "요즘 카드깡 업체들은 카드사에서 전화가 올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까지도 교육하고 있다"며 "카드사가 이상징후를 포착해 연락을 하거나 현장에 나가도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적발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연체가 발생하지 않으면 소비자와 카드사, 카드깡 업체까지도 모두 문제가 없는 자연스러운 현금융통으로 보일 수 있으나, 카드깡을 활용한 소비자들의 90%는 반드시 연체를 발생시킨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하거나 실제 매출금액을 넘겨 신용카드로 거래하거나 이를 대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적발 시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역시 양벌규정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카드깡을 활용하는 소비자들은 이미 저축은행, 현금서비스 등 가능한 대출을 모두 소진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이 과정에서 카드깡의 유혹에 빠지게 되면 연체로 인한 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는 물론 카드사까지도 모든 피해를 입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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