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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故위르겐 힌츠페터.[사진=5·18기념재단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렸던 '푸른 눈의 목격자' 故위르겐 힌츠페터(독일)의 유품이 광주에 묻힌다.
5ㆍ18기념재단(이사장 차명석)은 오는 5월 36주년 5·18기념행사 때 힌츠페터의 유가족을 초청, 고인의 머리카락과 손톱이 든 봉투를 망월동 옛 묘역에 안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힌츠페터는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일본특파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1980년 5월 한국에 들어와 광주 현장을 취재했다. 당시 그가 촬영한 영상자료가 독일에서 방영되면서 5·18의 실상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에도 그는 한국에서 신군부와 전두환 정권의 폭압상을 널리 알려 왔고, 1986년 11월에는 서울 광화문 네거리 시위를 취재하던 중 사복경찰에 맞아 목과 척추에 중상을 입기도 했다.
1995년 기자직에서 은퇴한 그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현장을 지켰던 치열한 기자정신이 국민의 양심을 깨워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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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츠페터의 머리카락과 손톱이 담긴 편지봉투.[사진=5·18기념재단 제공]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와 김수아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은 최근 장례식이 열린 독일 북부도시 라체부르크로 건너가 유가족, 독일 교민, 단체 등과 함께 고인의 영전에 조의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부인 프람스티트 에렐트라우트(79)씨에게 고인의 유품을 망월동 묘역에 안치하는 추모행사에 유가족을 초대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유족은 이에 "기꺼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념재단과 광주시는 오는 5월 16~18일 사이 유가족을 초청하기로 했다. 고인의 유품은 옛 망월동에 안치하고 그 위에 비석을 세울 계획이다. 김양래 이사장은 "시의 검토 결과, 시신을 안장하는 것이 아닌 신체 일부를 안치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큰 불편과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유가족에게 보낼 초청장은 안치가 결정된 이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난 힌츠페터는 2004년 큰 수술을 받은 뒤 위독한 상태에서 "광주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했었고, 이후 2005년 5·18민주화운동 25주년 기념 '2005 광주국제평화포럼'에 참석해서도 '광주시민들 곁에 묻히는게 꿈이다. 광주에 묻어달라'는 뜻을 밝혔으나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과 의견차이로 방문 당시에 손톱과 머리카락을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 고인의 유해 일부가 담긴 봉투는 현재 재단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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