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된 제품이 정상적인 경제 순환에 따라 소진돼야 하지만 대내외 수요 부진으로 공장 한 켠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재고가 쌓이게 되면 기업들은 결국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재고조정에 들어가게 돼 재고 증가→생산 감소→투자 위축·고용 감소→경기 회복 지연→재고 증가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제조업 재고율지수(2010=100)는 단 한 차례도 12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국내 제조업 재고율지수는 201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8월 129.6을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129.9) 이후 6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가장 최근 집계인 지난해 12월 역시 122.7로 전년 동기인 116.4와 비교해봐도 크게 늘었다.
재고율지수가 높다는 것은 앞으로 쌓이는 재고를 먼저 처리하기 위해 지금보다 생산을 적게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재고 증가로 인한 경제성장률 착시 현상도 심각하다.
공장에서 일단 생산된 제품은 소비되지 않고 재고로 남더라도 국내총생산(GDP)에 잡히게 된다.
지난해 GDP는 2.6% 증가했으나 이 중 재고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에 달했다.
재고를 빼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1.5% 성장에 그쳤다는 의미다.
지난해 재고의 성장 기여도는 2010년(3.4%포인트)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재고가 쌓이자 쉬는 공장이 늘어나 지난해 11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7%로 2009년 4월(72.4%) 이후 6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고가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부진이 꼽힌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둔화와 함께 저유가, 신흥국 부진 등으로 한국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수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수출은 전년보다 7.9% 감소했다.
문제는 올해 역시 세계 경제의 둔화 추세가 이어져 수요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자동차·가전제품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 정책으로 수요를 이끌어냈으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내수만으로 제조업 경기를 회복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쌓인 재고로 인해 올해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재고율은 통상 오르내리며 순환하지만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이라며 "기업들이 재고 조정에 나선다면 생산 감소, 투자 위축 나아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역시 한국의 재고율 수준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재고 증가분을 제외하면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2% 수준"이라며 "3분기 연속으로 증가한 재고가 단기 성장률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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