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톤급 상호관세를 앞두고 전 세계가 비상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기 직전 글로벌 기업이 수출 선적을 서두르면서 '관세 사재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수출 성장세가 예상치의 3배에 달한 것도 이 같은 여파로 풀이된다.
20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3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4% 증가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장기간의 춘제 연휴로 통합 집계된 1~2월의 2.3%를 웃돌았고 로이터 예상치(4.4%)도 상회했다. 3월 중 많은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출 주문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애플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부과 발표를 앞둔 지난 3월 한 달간 인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아이폰을 미국으로 공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의 인도 내 주요 공급업체인 폭스콘과 타타는 3월 한 달 동안 미국으로 수출한 아이폰이 약 20억 달러(약 2조8548억원)에 달했다. 이는 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관세 부과 전 제품을 선조달해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재고 부담과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비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과잉 재고 부담으로 인한 수요 예측 실패 시, 재고 비용 증가는 기업의 몫이다. 단기적으로 많은 자금이 재고에 묶이고 급하게 운송하고 보관 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추가 비용 발생 등 기업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선조달은 단기적 관세 회피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재고 리스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전문가는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재고가 과잉되면 창고 보관비, 운송비 등 간접비용 등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이는 곧 기업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 '수요절벽' 가능성이다. 상반기 선출하된 물량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실제 판매 타이밍과 어긋날 경우, 판매 부진과 가격 인하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전자기기나 반도체처럼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제품의 경우 재고 회전율이 떨어질 경우 곧바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같은 '선수요' 덕분에 올해 1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2분기 이후에는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 둔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올 2분기와 하반기에 가전, TV 등 IT 기기 수요 둔화 우려가 커졌다"고 전망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관세 회피를 위한 선조달이 단기 대응책은 될 수 있지만, 제품 특성과 시장 타이밍에 맞춘 유연한 전략이 병행돼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했고,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은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에는 145% 관세를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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