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되는 민속무용과 첫 복수학위제생, 축산학과 졸업하는 한우 목장주까지
-인생 역경 딛고 주경야독하며 영광의 날 기다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배움에는 끝이 없어” 실천한 개척자들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오는 2월 25일 201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개최하는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직무대리 정병훈) 졸업생 가운데 남다른 경력을 가진 사람이 다수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23년만에 중학교 졸업장을 받은 뒤 마침내 박사학위까지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56살에 학사모를 쓰는 사람도 있고, 중국 사천대학과의 첫 복수학위제생으로 유학을 왔다가 박사가 되는 사람, 한우 목장을 운영하면서 축산학과에서 늦깎이로 졸업하는 사람까지. 이들 졸업생 4명의 이야기가 교직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면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경상대 관계자는 “이들이야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실천한 산증인이자 진정한 개척자들이다.”라면서 “강인한 정신력과 마침내 목표를 이루고 마는 집중력을 요즘 젊은 학생들이 배웠으면 한다.”고 말한다.
경상대는 201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석사ㆍ박사학위 취득자에 대해서는 2월 25일 오전 10시 국제어학원에서 개최하고, 학사학위 수여식은 이날 단과대학별로 계획을 세워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홍순태 박사, 황정태 씨, 이흔 박사, 정현숙 씨.[사진=경상대학교]
이런 가운데 법학과에서 ‘지방자치법상 주민감사청구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지도교수 김종회)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홍순태(53ㆍ진주시 남강동, 한국인프라관리주식회사 고문) 씨는 산청군 덕산중학교를 졸업한 지 23년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 하루 전날까지 등록금 1800원을 미납한 사실 때문이다. 그는 이어 고졸검정고시를 거쳐 2년제 진주전문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홍순태 씨의 열정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사학위를 받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2002년 3월 경상대에 편입하여 2003년 2월 학사모를 썼다.
홍순태 씨는 2004년 9월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2011년 8월에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어 2012년 3월에는 박사과정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4년만에 마침내 박사논문이 통과되어 이번에 꿈에도 그리던 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홍순태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는 주경야독으로 향학열을 붙태웠다. 그런가 하면 자신은 남몰래 어려운 소외계층,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의 학비를 대어주기도 하고 2000년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지역사회 활동가로 참여했다. 새마을교통봉사대장, 진주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 총무, 진주교도소 교화위원, 진주경찰서 보안협력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창원지검 진주지청 형사조정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 국민행복운동 경상남도 법률행복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행정안전부장관표창, 경상남도도지사표창, 경찰청장표창, 낙동강유역환경청장표창, 창원지검진주지청장표창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순태 씨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중학교 졸업한 지 23년만에 졸업장을 받고 나서 내친 김에 박사학위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가정을 이끌어가면서 늦은 나이에까지 학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는 내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될 것이라는 신념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해양과학대학 해양환경공학과를 졸업하는 황정태(56ㆍ통영시 태평동) 씨는 2012년 당시 52살의 나이로 대학문을 밟았다. 경상대 해양환경공학과뿐만 아니라 해양과학대학에서는 ‘황정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학생활을 하였다. 특유의 친화력도 한몫했다. 아들뻘인 동기생들과 교류하고 화합하는 일에 힘썼다.
황정태 씨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도 재학 중에 휴학 한 번 하지 않았고 강의 출석률과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다른 재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지난해 4월에는 닷새 동안 일본 기타큐슈의 페트병 재활용 공장에 해양환경 실습을 갈 때도 빠지지 않았다. 어떤 때는 교수와 학생들 간의 소통의 다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럴 때는 적지 않은 나이와 사회생활 경험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황정태 씨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좋아한다. 동료 학생들이 나이로는 아들뻘이었지만 배우고 서로 돕고 하는 데는 나이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친구로서 도와준 학생들이 고맙다. 교수님들도 잘 챙겨주시고 열심히 공부하도록 독려해 주었다.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흔(31ㆍ진주시 진양호로) 씨는 중국 사람이다. 이흔 씨는 중국 사천성 성도시 소재의 사천대학에 입학하였다가 경상대-사천대 간의 복수학위제의 일환으로 경상대 민속무용학과에 진학했다. 제1회 복수학위제생이다. 학부과정을 마친 이흔 씨는 민속무용학과 김미숙 교수의 지도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에 도전하였다.
외국인 유학생 관련 행사 또는 학교 공식 행사장에서 중국 변검 공연을 펼쳐 많은 경상대 구성원들에게 낯익은 이흔 씨는, 석사과정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북춤을 비교 연구함으로써 아시아권의 두 나라의 문화를 비교하는 이색 논문으로 인정받았다. 박사과정에서는 중국 사천성 티베트족의 민간무용의 종교 및 사상성을 연구하여 그 전승 실상을 민족지에 기록하기도 했다. 이흔 씨의 무용학박사학위 논문은 ‘중국 쓰촨성 티베트족 민간무용의 전승양상과 종교 사상성 연구’(지도교수 김미숙)이다.
이에 대해 김미숙 교수는 “중국 무용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가 드문 학계 실정으로 보아 예술 형태와 미학의 성립을 밝힌 수준 높은 예술 연구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흔 씨는 “처음 경상대에 올 때는 걱정도 있었고 막연한 희망도 있었다. 그동안 민속무용학과 교수님과 친구들이 너무나 잘 이끌어주고 도와주어서 오늘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앞으로도 한국과 중국의 민속무용을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흔 씨는 경상대 민속무용학과 ‘아시아비교민속무용학’ 전공자로서 학과의 특성화 지표에 걸맞은 결실일 뿐만 아니라 복수학사학위제의 성공적 결과인 동시에 한국의 국립 대학교에서 배출한 최초의 중국인 무용학 박사이다. 이러한 연구업적은 한국과 중국의 무용계 뿐만 아니라 민족학계에도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동군 옥종에서 ‘송원목장’이라는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정현숙(47ㆍ하동군 옥종면) 씨는 43살의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였다. 중학교 졸업 후 집안사정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하여 동생들 공부시키는 부모를 도왔다. “그러다 나이가 좀 들고 보니 성실하고 평범한 농촌총각과 결혼하였지만 내가 가진 것이라곤 소 5마리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2009년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주중에는 농사를 짓고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일요일에는 학교에 수업하러 가는 생활을 3년 동안 되풀이했다. 몸은 천 근 만 근 피곤했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그러고서 2012년 3월 경상대 축산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정현숙 씨는 수업뿐만 아니라 현장실습을 비롯하여 학과의 여러 행사에 적극 참여하였고 자녀와 같은 학생들과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학교생활을 해나갔다.
정현숙 씨는 “4년 동안 축산학과 교육과정을 배우면서 습득한 지식을, 남편과 같이 운영하고 있는 한우 목장에 접목하여 축산 선도 농가로 발전해 나가겠다. 그동안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눈 학생들과 열성적으로 지도하여 주신 교수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