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5>일제로부터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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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일제강점기 때 조선의 문화재를 약탈하던 일본인 도굴꾼이 고려시대 고분 하나를 파헤쳐 도자기 여덟 점을 꺼낸다. 그 중에서 학이 구름 속을 나는 무늬의 도자기는 특히나 아름다웠다.

도굴꾼의 손에서 1000원이란 가격에 넘겨진 도자기는 여러 사람을 거치며 1만원까지 가격이 오른다. 당시 물가로 1000원은 기와집 한 채의 가격과 맞먹는 것이었다. 그만큼 큰 돈이다. 더욱이 1만원은 아무나 엄두 내지 못하는 액수였다.

그런데 1만원에도 팔지 않는다던 도자기를 한번 본 어떤 조선인 수장가(收藏家)는 선뜻 2만원에 그것을 사들인다. 이 도자기가 훗날 국보 제68호로 지정되는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이다.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은 1907년 서울에서 대대로 벼슬을 지낸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났다. 1932년 서울 관훈동의 고서점인 한남서림을 인수하고, 우리 문화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비를 들여 문화재들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그의 문화재 구입 이야기들 중 훈민정음 해례본은 빼놓을 수 없다. 판매자가 1000원이란 가격을 제시했으나 전형필은 금액이 너무 적다며 1만원으로 값을 냈다. 문화재의 가치를 정확히 치르겠다는 취지였다.

또한 그 거래를 성사시켜준 사람의 사례비로 1000원이 주어진 것도 그가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제70호로 지정됐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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