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고무줄 감경'…3년반동안 약 3조원 깎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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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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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원, 공정거래업무 관리 실태 감사 결과 발표…법 근거 없이 과징금 자의적 부과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이 지난 5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대형마트 3사(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주진 기자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에 근거하지 않고 시행령이나 고시 등의 규정에 따라 기업에 대한 과징금을 최대 90%까지 깎아줬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9일 공정거래업무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16건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2명에 대해 징계를, 5명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2012년 1월∼2015년 7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147개 사건, 695개 사업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기본과징금은 5조2천417억원이었지만, 3차례의 조정 과정을 거쳐 55.7%인 2조9천195억원을 감면하고 2조3천222억원만 부과했다.

주요 유형은 기본과징금을 과도하게 높게 산정한 뒤 조정과정을 통해 과징금을 대폭 깎아주는 방식이었는데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도 없는 예외적인 사유를 만들어 자의적으로 과징금을 감경해줬다. 특히 공정위는 과징금 확정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3차 조정에서 기본과징금의 33%인 1조7천305억원을 감액했다.

주요사례를 보면 공정위는 모 업체에 대해 직전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는 사유로 과징금 80%(42억 원)를 감액했지만, 같은 사건에서 동일한 조건에 있는 5개 회사에 대해서는 감액을 해주지 않았다.

모 건설업체가 3년 동안 3차례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20% 가중했지만, 3차 조정 과정에서 해당 업체의 부담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유로 전체 과징금의 90%(626억 원)를 감액해주기도 했다.

지난 2014년 2월에는 건설경기가 위축된다는 사유로 21개 건설업체에 대해 과징금 10%를 일괄 감액했다. 공정위는 건설기업경기 실사지수가 향상돼 건설경기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은 2015년 7월에도 5개 업체에 대해 동일한 사유로 과징금을 10% 깎았다.

또 2013년 2월에는 모 업체의 자본금이 8천811억여 원 잠식됐다며 과징금의 60%를 감액했다. 그렇지만 1년 뒤 이 업체의 자본금 잠식규모가 535억여 원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오히려 10% 포인트 높은 70%의 과징금을 감액해줬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판단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자료를 누락해 과징금을 부당하게 면제한 사례도 있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을 200% 초과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또 심사보고서 작성매뉴얼 등에 따르면 해당 위법행위와 유사한 가장 최근의 심결례를 심사보고서에 첨부해야 한다.

그렇지만 공정위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원칙적으로 과징금 부과 대상인 2개 업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과징금이 부과된 다른 업체의 심결례를 각각 첨부하지 않은 채 경고조치 의견으로 심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결국 이 사건은 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았고, 사무처 전결로 경고조치 후에 종료됐다.

감사원은 이들 2개 업체에 대해 부과하지 못한 과징금이 총 12억6천만 원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2012년∼2015년 11월 과징금을 잘못 부과해 업체에 되돌려줘야 하는 환급가산금을 산정하는 과정에 시중금리 하락분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이자율을 높게 책정해 57억 원을 과다하게 지급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미 참작이 된 감경사유를 조정 과정에 중복해서 적용한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2012년 8월 모 업체가 위반행위를 자진해서 시정했다며 과징금 83억 원을 감액했는데, 2차 조정에서도 동일한 사유로 20%(16억 원)를, 3차 조정에서 또다시 30%(22억 원)를 감액했다.

여기에 감사원이 2012년∼2015년 개최된 전원회의 사건 644건 가운데 과징금 50억원 이상의 사건 56건에 대한 회의록을 조사한 결과 속기록도 작성이 되지 않았다.

또 공정위는 조사를 방해한 기업에 대해 고발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2012년∼2015년 7월 조사를 방해한 7개 사업자에 대해 아무런 고발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과태료 부과 사건도 2건에 불과했다.

다만, 감사원 관계자는 과징금이 감액 또는 면제되는 과정에 기업의 로비가 작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과징금 부과 절차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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