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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 여신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시키고 있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만 '정상' 등급을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당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여신등급 강등을 보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상 은행의 충당금은 기업에 빌려준 돈의 채권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5단계 채권 등급에 따라 충당금 비율도 변하는 데 △정상(0.85%) △요주의(7~19%) △고정(20~49%) △회수의문(0~99%) △추정손실(100%) 등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르면 이달 말까지 대우조선의 여신에 대해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출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미 지난달에 등급을 '요주의'로 하향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대형 시중은행 대부분이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내리고 있지만 국책은행과 NH농협은행만 요지부동이다. 이들의 여신 규모는 시중은행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실제로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 규모는 △산업은행 6조3625억원 △수출입은행 8조9903억 △NH농협은행 1조4183억원 △KEB하나은행 8649억원 △국민은행 7187억원 △우리은행 4884억원 △신한은행 2888억원 △기업은행 974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강등시키면 각각 약 200억원, 55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그러나 국책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은 필요한 충당금의 단위부터 달라진다. 산은의 경우 약 4200억원, 농협은행은 95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이동걸 산은 회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요주의로 (강등)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등의 선택은 국가경제나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 제반 상황을 감안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신 등급 강등 시 필요한 충당금 재원 여부에 대해서는 "괜찮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회장의 답변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산은 관계자는 "여신 등급 하향 조정에 대해선 늘 다각적인 차원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며 "대우조선은 특히 경우의 수가 굉장히 많아 검토한다고 해서 즉각 변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체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당장 여신 등급 변동은 없을 것이다"며 "등급 하향조정은 각 금융기관이 알아서 판단하면 될 부분이다"고 주장했다.
수은 관계자 역시 "지난해에 비해 상환능력이나 선박건조 능력 등에서 변화가 없기에 현재까지는 (여신 등급을)내릴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이미 부실채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대우조선의 여신을 하향 조정하지 않고 길게 끌어봐야 신용도만 낮아지는 결과를 낳는다"며 "부실을 인정하고 빨리 털어버려야 회생도 그만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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