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집단휴원 첫날, 보육대란 없었지만 갈등은 여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6-24 0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복지부, "전국 어린이집 4만1441곳 중 휴원은 없다"

23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어린이집 앞에 원아들이 모여있다. [사진=엄주연 기자 ejy0211@]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엄주연·홍예신 인턴기자 = 전국 민간어린이집이 '맞춤형 보육'에 반대하며 23일과 24일 집단 휴원을 예고했지만 다행히 첫날인 23일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휴원한 어린이집이 적었고 휴원을 한 곳도 학부모가 원하면 보육교사를 배치해 어린이들을 돌봤기 때문이다.

맞춤형 보육은 48개월 미만 자녀를 둔 홑벌이 가구는 하루 7시간까지만 무료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지만 어린이집들은 수익 악화와 전업주부 역차별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강서구와 구로구 일대 어린이집들을 직접 방문한 결과 해당 어린이집은 모두 정상 운영 중이었다. 8시를 갓 넘긴 시간인데도 찾아간 어린이집은 아이들을 받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직장 때문에 먼저 출근하고 직계가족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경우가 많았다.

휴원을 예고했던 어린이집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부모들에게 휴원 안내장을 보냈던 등촌동 아파트 단지에 있는 A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겉으로는 휴원이라고 했지만 문을 닫을 수 없는 상황이다"며 "여기에 다니는 원아가 총 11명인데 9명의 엄마가 직장인(워킹망)이라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B어린이집 원장은 "전면 휴원은 가능하지 않다. 원장과 교사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피해 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며 "당직 근무를 해서라도 학부모들의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 휴원을 이끌고 있는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한민련)는 전날 엄정 대처를 밝힌 정부 압박으로 애초보다 참여 어린이집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장진환 한민련 회장은 "협회 회원 어린이집 1만4000여곳 가운데 1만여곳이 휴원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정부 발표 후 정상 가동률을 원래 방침보다 40~50% 늘렸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어린이집은 원장이 임의대로 폐쇄하거나 운영하지 않으면 무거운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어 사실상 문을 닫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자율등원' 방식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많았다. 자율등원은 부모가 자녀의 등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어린이집은 등원 수요가 있으면 보육교사를 배치해 이들을 돌봐야 한다.

맞벌이 가정 대부분은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방법을 택했다.

워킹맘 이현희(35·서울 등촌동)씨는 "바로 얼마 전에 연차를 써서 또 내기 힘들고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없어 어린이집에 보냈다"고 밝혔다.

어린이집들은 휴원을 강행할 만큼 맞춤형 보육 제도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용자인 학부모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7살과 4살 자녀를 둔 김미소(39·서울 당산동)씨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까 무섭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어떤 아이는 일찍 (집에) 가고 어떤 아이는 늦게 가야 한다. 그거에 스트레스받을까 무섭고, 아이들끼리 비교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며 "무의식적으로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직장인 조하은(가명·38·서울 양평동)씨는 제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씨는 32개월 자녀가 있다. 

조씨는 "전업 주부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애초에 지원금을 워킹맘과 전업맘 가정에 똑같이 줬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애초 정부의 퍼주기식 제도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맞춤형 보육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신길동에서 어린이집을 37년간 운영 중이라는 한 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맞춤형 보육 폐지가 아니다. 우리 역시 무조건적인 보육료 지원과 무상교육은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소득수준에 대한 차등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내년까지라도 유예기간을 줘 (맞춤형 보육) 준비를 탄탄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23일 오전 10시 현재 전국 어린이집은 4만1441곳 중 실제 휴원한 어린이집은 없었다고 밝혔다. 휴원을 예고했던 어린이집 중 5185곳도 자율등원 형태로 어린이를 받았고 있다.

하지만 한민련은 24일까지 휴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을 닫는 어린이집에 대한 행정처분 등의 계획에 변화가 없다"며 "계속해서 휴원 현황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