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오장동에 위치한 중부시장의 전경. [사진=연찬모 인턴기자]
아주경제 연찬모 인턴기자 = “들여오는 가격은 10%나 올랐는데 오히려 그만큼을 낮춰 팔아야 거래가 되니 인건비조차도 남지가 않아. 추석이고 뭐고 계속 장사나 할 수 있을지가 가장 문제야” (서울 중부시장 상인 서명교 씨)
추석을 한 달 남짓 앞둔 22일, 연이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서울 중구 오장동에 위치한 중부시장은 건어물을 사려는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내 최대 건어물 도·소매 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장 안쪽에선 일렬로 들어선 상점마다 가격을 흥정하는 목소리들로 가득했다.
방문객들은 제사상에 올릴 굴비를 비롯해 황태포, 쥐포, 버섯, 멸치 등을 살펴보며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든 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며느리와 함께 시장을 찾은 박명숙(64)씨는 “며느리가 날이 너무 더우니 집 근처 마트로 가자 했지만, 항상 제사음식만큼은 전통시장에서 구매하고 있어 이번에도 들르게 됐다”며 “질 좋은 상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또래 상인들과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자주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경우 지난해 3만6800원이던 황태포(8마리)의 가격은 올해 16.3% 하락한 3만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표고버섯(100g*3)은 지난해(3만3800원)보다 약 15% 하락한 2만8800원에 거래됐다. 쥐포(800g) 역시 전년(2만7800원)대비 11%가량 하락한 2만4800원에 거래됐고, 잔멸치(600g)는 지난해와 동일한 1만3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방문객 대다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만족해하며 적극적인 구매에 나섰지만, 정작 상인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굴비장사를 해온 이 모씨는 “올해 어획량이 좋지 않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웃돈을 주고 가져왔지만 연이은 경기침체와 무더위로 갈수록 손님들이 줄어들고 있어 가격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데다가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아 며칠 전에는 작업인원을 줄이기까지 했다”고 한탄했다.
이곳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3만원대에 거래되던 굴비(1kg·10마리)는 올해 30%가량 증가한 4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원가 인상률에 비해 판매가를 다소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다음달부터 시행될 '김영란법'은 상인들의 최대 걱정거리로 자리해 있었다. 법 시행에 따라 저가 상품 및 소량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어선들도 일을 멈추고 있어, 굴비 값은 더욱 치솟을 예정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 씨는 “굴비 어선의 경우 한번 나갔다오는데 5000만원의 비용이 소모되는데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단가 맞추기가 힘들어지면서 어선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이 원활해야 경제가 활성화되는데 현재로선 모든 유통체계와 상인들을 죽이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성난 목소리를 냈다.
이 시장 상인 김 모씨는 “이전까지 상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소비자들의 대형마트 이용증가였지만, 이제는 정부가 대놓고 상인 죽이기에 나서고 있어 도무지 버틸 수가 없다”면서 “올 추석은 어떻게든 넘긴다 해도 내년 설부터는 특별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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