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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최순실 딸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19일 최경희 이대 총장은 사퇴를 발표하면서 “구성원들이 더는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총장의 사퇴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 추진을 반대하며 지난 7월 28일부터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한지 83일만이다.
최 총장의 사퇴 발표는 오후 3시 30분으로 예정돼 있는 교수들의 퇴진 촉구 시위를 앞두고 이뤄졌다.
최 총장은 사퇴와 함께 ‘이화 구성원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지난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및 시위가 아직까지 그치지 않고, 최근의 난무한 의혹들까지 개입되면서 어지러운 사태로 번져 이화의 구성원과 이화를 아끼시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제 총장직 사퇴를 표명하니, 본관에서 아직 머물고 있는 학생과 졸업생들은 바로 나와 본업으로 돌아가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최순실 딸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지금까지 제기돼 왔던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 학교로서는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해명해 드린 바 있지만 앞으로 체육특기자 등의 수업관리를 좀 더 체계적이고 철저히 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평생단과대 사업 철회후에도 학생들이 경찰 출동 요구와 독선적인 학교 운영의 책임을 물어 퇴진을 촉구하면서 점거농성을 이어갔으나 사퇴거부 입장을 표명하며 한동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학생 시위의 동력이 갈수록 떨어져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이후 최순실 딸 특혜 논란이 국정감사 기간과 맞물려 확대되자 최 총장은 끝내 물러나게 됐다.
최 총장이 사퇴하면서 학교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최순실 딸 정양의 특혜 논란이 쉽게 가라앉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학교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특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체를 밝히라는 교수와 학생의 추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한동안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독단적인 학교 운영이 문제가 됐던 만큼 학내 여론수렴 시스템 구축 등의 과제와 함께 차기 총장 선임 과정에서도 이사회와 교수,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이 장기간 본관 점거를 통해 평단사업 철회와 결국에는 총장사퇴 요구까지 받아들여진 만큼 학생들의 입지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대표자도 없는 주도 학생들의 조직이 과연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번 최 총장의 사퇴는 학생들의 본관점거부터 촉발됐지만 결국에는 최순실 딸 특혜 논란에 대한 각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독단적인 사업 추진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반발에 정권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의 자녀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이어지면서 최 총장은 임기 2년을 남겨두고 사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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