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14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CEO세미나에서 SK그룹의 진화·발전의 원동력인 SKMS(SK경영관리체계)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전체와 나누기 위해서는 SK 구성원들이 더욱 패기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SK그룹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경기도 이천 소재 SKMS연구소 내 세미나장으로 들어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얼굴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계열사 대표들의 말을 경청했다. 토론이 있을 때에는 회장으로서의 무게감을 벗어던지고 토론자로서 열띤 대화에 동참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 어느때보다 통렬한 자기반성과 혁신을 실천하기 위한 강한 의지가 드러난 자리였다”고 귀띔했다.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의 '혁신 4.0'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 속도는 경영 복귀 1년을 넘기면서 한층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12일부터 3박4일간 진행된 CEO세미나에선 최 회장이 그동안 구상해 온 혁신과 이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SK그룹 계열사 고위임원은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직후인 지난해 10월에도 CEO세미나가 열렸고 당시에도 혁신을 주제로 한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혁신이 주제가 된 만큼 다소 진부한 흐름이 예상됐으나 오히려 한층 더 강화된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혁신의 키워드는 △사업모델 혁신 △자산효율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잡았다. 그러면서 CEO들에게 '임전무퇴'의 각오를 당부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사업이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사업을 담당하는 임직원만이 아닌 CEO나 CEO 후보군이 직접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한다"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그동안은 '혁신을 위한 혁신' 구호를 외치는 단계에 머물렀다면 이번 세미나에서 도출된 세부안들은 곧바로 실천될 수 있도록 그룹 수뇌부에서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생존은 물론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열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절감한 탓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12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6년 CEO세미나에 참석, 주력 관계사 CEO들에게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실천을 당부하고 있다.[사진=SK그룹 제공]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는 언론사의 기사 출고 로직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그간 CEO들이 내놓은 혁신안이 기사발제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최 회장이 직접 주제를 던졌다”면서 “이번에 발제된 기사들은 앞으로 면밀히 살펴보고 이를 지면에 실을 수 있을지 적극 검토하는 단계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카메라 필름 업체였던 코닥과 후지필름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다. 피쳐폰 중심으로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이끌어왔던 노키아 역시 스마트폰에 밀려 기업이 공중분해 됐다. 이는 혁신이 없는 기업은 곧바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혁신을 통해 ‘따로’를 진화시키고 ‘또 같이’를 통해 개별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순위로 당부한 것으로, 최근처럼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선 혁신만이 위기돌파의 선순위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최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자주 언급한 키워드가 '패기'다. 무려 13번에 달했다.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르는 강한 추진력이 있어야 하고, 이는 곧 패기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영 공백기간 중 마련해놓은 밑그림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경영혁신을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아젠다를 마련해 강력하게 추진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