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2부속실 직원들이 최순실씨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사진=TV조선 화면캡쳐]
아주경제 유선준·강승훈 기자 = '국정 농단' 중심에 선 최순실씨(60)가 30일 전격 귀국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은 향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특히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어디까지 입김이 미쳤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최씨에 대한 수사는 일단 외연상으로는 최씨의 '횡령' 혐의에 맞춰져 있다. 최씨는 독일에 비덱스포츠와 더블루K 등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K스포츠재단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날 오후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정동구(74) 한국체대 명예교수와 2대 이사장을 지낸 정동춘(55) 전 이사장, 정현식(63)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을 각각 소환조사했다.
정동구 전 이사장은 한국체대 총장까지 지낸 대표적인 체육계 원로 인사로 올해 1월 설립된 K스포츠재단의 이사장에 초빙됐다가 한 달만인 2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정동구 전 이사장은 지난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한 적 있다.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씨의 단골 마사지센터였던 운동기능회복센터(CRC)의 원장 출신이다. 정 전 이사장은 초대 이사장이었던 정동구 교수의 뒤를 이어 2대 K스포츠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은 재단 설립, 기금 모금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 등을 규명할 핵심 인물 중 한명으로 꼽힌다.
검찰은 앞서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임직원, 재단 관계자, 더블루K 전 대표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26일 오전 미르·K스포츠재단 사무실과 전경련 사무실, 최씨 자택 및 사무실, 차은택(46) 광고 감독 자택 등 9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섰다. 28일엔 정동춘 K스포츠재단 2대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29일엔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밝힐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고영태씨(40)와 이성한씨(45)를 조사하고 귀가 조치를 시켰다.
최씨의 횡령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는 필연적으로 최씨가 국정에 어느정도 개입했는 지까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최씨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집권 초기 연설문 작성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나아가 최씨가 중요한 외교·국방 사안에 개입했다는 여러 정황이 나오고 있어 국정농단과 관련된 여러가지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검찰의 숙제다.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보여지는 태블릿PC 저장 파일에서 대통령 휴가 등 동선노출 자료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 경제정책, 외교 등 대외비 문서 다수가 발견됐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가 국가 기밀 등을 명분으로 불승인 사유유서를 제출하면서 청와대 진입은 못한 상태다. 대신 청와대 협조로 박스 7개 분량의 자료를 넘겨 받았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20)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승마협회 공문의 진위 여부와 관련해 대회 수상기록 등 전반을 검토할 방침이다. 교육부 역시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점 특혜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사에 착수, 입학처장 및 담당 교수 등 의혹 관련자에 대한 대면조사를 벌인다.
또 문제의 태블릿PC 개통자로 지목된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소속 김한수 선임행정관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최씨가 K스포츠 재단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법조계에선 횡령이나 배임 혐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 외교상 기밀 누설 혐의,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도 적용 여지가 있다.
한편 최씨의 전격 귀국과 관련, 일각에서는 최씨가 청와대나 검찰 측과 사전 조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씨가 귀국할 당시 검찰 수사관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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