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부, 경제사절단 사칭 업체 알고도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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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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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늦은 상황파악에 책임회피 급급…관리부실 ‘허점투성이’

  • 주가조작 의혹 일파만파…제2모뉴엘 사태 될 수 있어

아주경제 배군득·김선국 기자 = 산업부가 한 기업의 경제사절단 사칭을 알고도 묵인한데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정부 주최 사업 관리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번 경제사절단 사칭은 담당 공무원이 사태를 파악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사태를 키운 사례라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정부 사업이나 행사에 참여하면 이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다. 경제사절단은 이같은 기업들의 표적으로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부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이다” 궁색한 발뺌

한 IT업체가 주가를 띄우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을 가장하고, 8조원 대의 국제사업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거짓 홍보를 했다. 이 업체는 박 대통령 명성을 후광으로 일명 ‘펄(Pearl; 주가를 올리기 위한 아이템)’을 활용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정황이 금융위원회와 검찰에 포착돼 수사를 받고 있다. <본지 31일자 1면, 5면 참조>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반년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 없이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의 사실상 직무유기로 애꿎은 ‘개미’들만 막대한 피해를 보게된 셈이다.

13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디지파이코리아’와 계열사인 ‘에스아이티글로벌’은 박 대통령 이란 순방(지난 5월 1~3일)에 맞춰 이란 통신사 컨소시엄 ICCO(International Communication Company)와 저궤도 위성통신망 설치 사업과 관련해 8조원대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는 내용으로 지난 5월 3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이 보도자료에서 ‘박 대통령 방문에 따른 성과’라는 식의 내용을 담아 홍보했다. 이 회사 한만기 대표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을 언급하며 성과를 보탰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부터 에스아이티글로벌은 최대 주주인 디지파이코리아가 추진하는 ‘일본·이란 등 해외 위성통신 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소식에 지난 3월 말부터 4월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말 6000원대였던 주가는 4월 14일 장중 최고가인 4만8800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5월3일 이란 ‘저궤도이동통신망 사업’ 보도 이후 10여일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주가조작 사실을 모르는 일반투자자들이 보도내용을 믿고 주식을 매입했을 경우, 손실은 클 수 밖에 없다. 현재도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시 및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란 소식을 수차례 알렸지만, 정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해명 또는 소명을 하지 않았냐’라는 안 의원 측의 질문에 “대통령 방문시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명단은 ‘정상외교 경제활용 포털’ 및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에 게제하고 보도참고자료 배포 등을 통해 공개해 이를 상시 확인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놨다.

또 ”현재 검찰로 사건이 이첩된 기업은 디지파이코리아, 에스아이티글로벌 등 두개 기업이며, 피해 현황은 검찰 조사 중인 사항으로 산업부는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어 “두 개 기업이 박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아 사칭한 사실을 추후 알았지만,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기업에 한해 잘못이 있으면 제재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사업 사칭에 투자자 피해 눈덩이

기업들이 정부사업을 사칭하는 것은 투자자나 시장에서 공신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속임수가 발생하더라도 정부에서 마땅한 제재 수단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기업들의 정부사업 사칭을 판단할 만한 인력이 부족한데다, 사실 확인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점을 지목되고 있다. 이번 IT 업체의 경제사절단 사칭도 정부의 단속이 느슨한 점을 이용한 부분이다.

최근 정부에서 시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주택지원사업’의 경우도 이를 빙자한 유사사업이 우후죽순으로 퍼지면서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이 지원사업에 참여기업으로 선정되지 않은 일부 기업에서 참여기업으로 속이고 정부 보조금 수령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한 뒤 설치를 유도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에스아이티클로벌의 경제사절단 사칭은 자칫 ‘제2의 모뉴엘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모뉴엘 사태는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을 주축으로 대다수 시중은행이 연루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채근하자 수출입은행에서는 ‘히든챔피언’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무역보험공사도 발맞춰 보증서를 발행했다.

시중은행은 이를 믿고 대규모 대출을 시행했다. 이 금액은 6700억원 가량이다. 그러나 모뉴엘 매출 등은 거짓으로 알려졌다. 경제사절단 사칭이 모뉴엘 사태와 방식은 다르지만 허위사실로 인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급증했다는 점을 볼때 정부사업 관리가 더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에스아이티글로벌과 디지파이코리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처럼 허위로 공시·홍보해 주가조작으로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밝혀진다면 대통령의 명성을 이용해 조가조작을 한 중차대한 국기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이어 ”산업부가 국민 피해가 막중하고 대통령 경제사절단을 사칭한 중차대한 불법행위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이번 사건을 대하고 있어 향후에도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 수 있는 소지가 커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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