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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석봉 기자 ]
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임진왜란 당시 스님으로서는 전국 최초로 승병 800여 명을 규합해 왜구에 대항한 의병장 영규대사의 삶에 대한 가르침과 ‘영규대사의 삶을 통해 보는 사회적 분노’에 대한 학술포럼이 지난 12일 충남 공주 갑사(주지 화봉 스님) 진해당에서 열렸다.
이날 삼귀의를 시작으로 반야심경 봉독, 갑사 주지 화봉스님의 인사말에 이어 학술 포럼이 진행됐다.
이날 학술 포럼은 각성 스님(갑사 상임법사)의 기획으로 마련됐다.
이날 포럼은 박경준 교수(동국대 불교학과)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주제발표는 이도흠 교수(한양대 국문학과)가, 토론자는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조준호 교수(고려대 철학연구소)가 맡았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도흠 교수는 “영규대사는 공주 목사인 허욱의 의승(義僧)요청에 처음에는 불살생계를 지켜야 하는 승려로서 거절했지만, 왜병에 의해 백성들이 피를 흘리는 참상에 대한 자비와 분노와 더불어 유교 권력층으로부터 불법을 옹호하기 위해 승병을 모아 참전했다”면서 "이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백성들에 대한 자비심에서 이를 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참전했다”고 임진왜란 당시 참전하게 된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통의 실상을 직시하고 파사현정(破邪顯正)하는 지혜에 바탕해 생명을 살리고 구성원의 분노를 줄이기 위해, 설득과 협상 등 평화적 방법이 무망한 상황에서 모든 죽어가는 중생의 고통에 연민하고 공감하는 자비심에서 비롯된, 증오가 없이 최종수단으로서만 폭력을 용인하는 자비로운 분노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분노는 동력부여기능 등 분노의 순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는 상실된 존재를 회복하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사회를 정화해 모든 중생이 좀 더 분노하지 않는 세상을 만든다”며 “오늘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하면서 이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세력과 제도에 분노하고 이들의 고통을 줄이는 실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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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석봉 기자 ]
이도흠 교수는 현실 한국불교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종단이 과잉충성하면 할수록 정권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떡고물’이나 ‘닭모이’를 던져줄지언정 종단이나 불교를 무시하게 된다”면서 “한국의 현재 호국불교는 권승들이 정권에 아부 내지 충성해 그 대가로 권력을 보장받고 지원을 받으면서 자신들의 범계와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허위의식의 관념체계이자 범계비호책일 뿐임을 직시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질타했다.
이어 “종단은 오로지 부처님의 뜻에 따라 오직 호법을 위해 여법하게 권력과 ‘타협적 평형’을 도모하고, ‘창조적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권력의 비호를 받아 심한 범계행위를 은폐한 모든 권승들은 절절하게 참회하고 모든 소임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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