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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비주류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2일 당내 일부 중진의원들과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수용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의 쇄신과 수습, 개혁, 재창당에 가까운 변화를 위한 모든 의견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내용이 합당하다면 그것을 의안으로 최고위원회의에 부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인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과 비박(비박근혜)계인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은 전날 '비상중진모임'을 통해 당 내분의 심화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비상대책위 구성에 뜻을 모았다. 초선의원들도 이 대표가 못박은 대표직 사퇴 시한(12월 20일) 이후 비대위를 수립해야 한다는 견해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앞서 12월 20일 당 대표직 사퇴와 함께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라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당 대표 독단적으로 (로드맵을) 없었던 걸로 한다고 얘기하진 않겠다"면서도 "당 개혁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안을 가져온다면 '그라운드 제로'에서 최고위원들에게 논의해보자고 제가 제안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탈당을 선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에 대해서는 "정말 오늘은 슬픈날"이라면서도 "개개인 모두 정치인으로서 발전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나라의 큰 재목들인만큼 꼭 크게 성공하길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우리가 새누리당으로 시작해서 좋을 때도 새누리당이고 나쁠 때도 새누리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이 진정한 책임정치고, 정치다운 정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그는 "저는 제가 필요할 땐 업어달라 하고 상대가 힘이 빠지면 등짝을 발로 차서 내쫓는 비정한 정치, 배신의 정치, 수와 계산의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의 어떤 의원들도 선거 때 당을 숨기고 활동한 사람이 없을 것이고 새누리당이 뽑아놓은 대통령이 박근혜란 것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루 아침에 표변하는 정치를 하기 싫고 그것이 잘못됐다고 저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비웃어도 저는 감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지사가 이날 친박계의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으로부터 회유, 압박을 받았다고 밝힌 데 대해선 "사실이 아닌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서 의원과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만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당이 비호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거짓말 질문"이라며 "다 사과했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받으라고 얘기하고 있지 않나, 헌법대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내 상황에 대해서도 "대통령을 포함해 당내외 많은 인사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수렴하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밝혔다.
야당이 박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한 데 대해서는 "법에 따라, 요건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야당이) 하야 투쟁하면서 전국적으로 서명작업을 조직화하겠다고 당론으로 결정해 발표한 게 엊그제"라며 "하야를 하는데 탄핵이 왜 필요하나, 하야인가 탄핵인가 어떤 쪽인가"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공당이 손바닥 뒤집듯이 자꾸 당론을 뒤집고 갈팡질팡, 오락가락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도 이런 야당의 행태와 리더십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그는 이날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에 불참한 이유로 "여러가지를 감안했을 때 제가 행사장에 가서 많은 분들과 인사하는 것이 그분을 추모하는 시간에 누가 되지 않을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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