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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이 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폭로에 대해 “현재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다”라고만 말했다.
이에 앞서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날 국회에서 있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정윤회 문건 중 알려지지 않은 8개 파일의 내용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내용”이라며 “삼권분립, 헌정질서 유린이며. 명백한 국기문란”이라고 주장했다.
조한규 전 사장은 “양 대법원장의 대단한 비위사실이 아니라 등산 등 일과 생활을 낱낱이 사찰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과 2014년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관용차 사적사용이라든가, 대법관 진출을 위한 운동이라든지 하는 내용을 포함한 두 건의 사찰문건 등이 있다”고 말했다.
조한규 전 사장은 이날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주장의 근거로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방통위원장에 대한 사찰 내용이 있는 '정윤회 문건' 중 하나를 국조특위에 제출했다.
이 문건에는 ‘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 중 등산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대법원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이라는 제목의 정보보고 형식 메모가 있다. 대법원장과 춘천법원장의 동향도 적혀 있다.
문건에는 등산 마니아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 후 매주 금요일 오후 일과 중 등산을 한다는 언론 취재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 내용과 '직원 대상 산행동반자를 차출하다 보니 불만이 제기돼 언론에 제보된 것 같다'는 법조계 측의 반응이 담겨 있다.
최성준 위원장이 춘천지방법원장 재임 당시 "관용차 사적 사용 등 부적절한 처신에다 올해 1월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언론 등에 대놓고 지원을 요청하는가 하면, 탈락 후에도 주변에 '양 대법원장이 9월 대법관 인선 시 자신을 재차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해당 문건에는 “(최 위원장이) 소설가 이외수 등 지역 내 유명인사들과 친분을 구축해 놓고 법조계 인사와 면담 주선 등 환심 사기에 적극 이용 중이라며 비판(을 받고 있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이 사찰 문건의 작성자가 국정원일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돼 국정원이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1ㆍ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취재진에게 “(조 전 사장이 제출한) 해당 문건은 국정원 문건이다. 국정원 문건을 복사하면 '가나다라'(와 같은 한글 표기)가 숨겨진 워터마크 나오는데, (이 문건에는) '차'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 문건은 복사를 하면 당초 원문에는 없는 강한 워터마크 자국이 나온다.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문건은 파기시한을 명기하지 않는데 이 문건에는 파기시한이 분명하게 있고, '차'로 돼 있는 워터마크가 분명하다. 그 점에서 국정원 문건으로 추정한다”며 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김성태 위원장은 해당 문건을 취재진들에게 공개했고, 문건에는 '차'라는 워터마크가 표시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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