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세계 최초 고화질(HD)보다 4배 선명한 초고화질(UHD) 본방송 시작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지난주 SBS가 첫 시험방송을 시작했지만, 시험용 장비는 미완성인 상태였다. TV 내장 안테나의 가능성 여부에 첫걸음을 디디는 수준에 불과하다.
22일 UHD 추진단 등 업계에 따르면 2017년 2월 시작을 예고하는 있는 지상파 UHD 본방송 시작이 난항을 겪으면서, 완성도는 높이기 위해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 SBS가 지난 15일 국내 최초로 UHD 시험방송을 시작한 가운데 MBC는 이번 주 내에, KBS는 2월부터 정상적인 시험방송 신호송출을 시작한다.
2012년부터 UHD 시대의 이른 진입을 위해 지상파와 가전사는 머리를 맞대왔다. 일찌감치 지상파 UHD 시험방송을 실시하는 등 세계 최초 UHD 본방송을 송출하기 위한 준비를 착수해왔으나, 지난 9월 정부가 표준을 '유럽식(DVB-T2)'에서 '미국식(ATSC 3.0)'으로의 변경을 확정하면서 준비에도 착오가 생겼다.
UHD 방송 표준을 뒤늦게 미국식으로 변경한 것은 UHD 방송 표준이 'DVB-T2'보다 'ATSC 3.0'이 보다 적합하다는 검토에서다. 'DVB-T2'보다는 'ATSC 3.0'에 순수 국산 기술이 많이 개발돼 미래지향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문제는 부족한 시간이다. 지상파 UHD 방송 시작이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이다. 시험 방송에도 장비가 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될 만큼 급박한 시간이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UHD TV에 안테나의 내장 여부도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가전사는 얇아지는 흐름에 역행하는 송신 안테나의 내장이 반대하고 있으나 정부와 방송사는 내장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통상 가전사가 6개월을 TV 디자인 변경 주기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촉박한 시간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달 실시된 시험방송 전까지 방송사는 UHD TV가 없다는 점에서, 가전사는 UHD 방송을 송출해 줄 방송사가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방송이 송출돼 방송되는지 확인이 불가능했을 정도다.
'ATSC 3.0' 변경된 이후 정부와 가전사, 방송사 등은 6~7차에 거쳐 논의하며 의견을 좁히고는 있으나 TV 내장 안테나 삽입에 대해서는 가전사가 가능성 여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을 만큼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이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UHD 방송 정책 세미나'에서 "UHD 콘텐츠와 재원 확보 방안도 마련도 돼 있지 않고 수신환경도 미비한 상태"라며 "무리하게 내년 2월 UHD 본방송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조삼모 SBS UHD 추진팀 매니저도 지난 19일 열린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와 지원방안' 토론회에서 "2월에 맞춰 지상파 UHD 방송 시작은 가능하겠지만, 완벽을 기하기 위해 미루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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