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2월 열린 제6회 뽀꼬아뽀꼬 음악회[사진=삼성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긍지 없는 민족은 얼굴 없는 민족과 같다. 세계를 돌아보면 전통 있는 민족, 격조 높은 국민들은 예외 없이 좋은 미술관을 갖고 있다. 선을 사랑하고 미를 아낄 줄 아는 사람들의 문화수준은 그만큼 높다. 문화재는 바로 그 민족, 그 국민의 얼굴이며 마음인 것이다.”
1983년 3월 열린 중앙미술대전에 참석한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는 ‘문화’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삼성은 호암의 의지에 따라 설립 초창기부터 문화의 보급 및 저변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1965년 설립된 삼성문화재단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문화재단은 호암의 도의문화 앙양 및 사회와 인간정신과의 균형발전,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나눔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50년 간 문화예술이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고 사회적으로는 갈등과 병리현상을 해소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인식 하에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전개해 왔다.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우수한 문화를 널리 알리며 해외와 문화교류를 적극 지원하고 문화예술 인재를 지원하는 등 한국 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 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 취약 계층, 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통해 문화 복지 증진에도 노력해 왔다.
호암에 이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문화 예술 지원사업에 큰 관심과 열정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문화적 특성이 강한 나라의 기업은 든든한 부모를 가진 아이와 같다"며 "기업 활동이 세계화할수록 오히려 문화적 차이와 색깔은 점점 더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통 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며 "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우리 문화의 우수성, 민족의 잠재력을 재인식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인 중에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예술가가 많은 것은, 그들이 한국의 전통에 세계적인 것을 보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 보급 사업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국격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크게 △삼성전자 지역 미술작가 후원 △삼성화재 ‘뽀꼬 아 뽀고’ 음악회 △삼성문화재단 예술지원 사업 △‘문화가 있는 날’ 확산 지원 등 4가지로 나뉜다.

'리움 키즈 투게더 2016'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이 선생님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사진=삼성그룹 제공]
◆지역 미술축제 통해 문화 격차 해소
삼성전자는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2일까지 반도체사업장 화성캠퍼스에서 용인문화재단, 화성시문화재단과 손잡고 임직원과 지역주민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삼성전자와 함께하는 지역 미술작가 초대전’을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초대전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이 위치한 용인시와 화성시 지역사회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작가들의 작품을 임직원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용인문화재단과 화성문화재단에서 각 25명씩 총 50명의 미술작가가 참여한 이번 초대전은 회화, 조소, 미디어 분야 등 50점의 예술 작품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DSR동에 전시됐으며, 삼성전자 임직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개방했다.
삼성전자는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과 함께 작품이 안전하게 이동, 전시될 수 있도록 무진동차량을 제공했다.
◆장애 청소년의 ‘음악가 꿈’ 실현
삼성화재는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이사장 이수성), 국립특수교육원(원장 우이구)과 함께 2009년부터 음악에 재능있는 장애 청소년을 선발해 여름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뽀꼬 아 뽀꼬’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탈리아 음악 용어로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뜻을 가진 ‘뽀꼬 아 뽀꼬(POCO A POCO)’는 장애 청소년들이 음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쉬지 않고 노력해 발전해 간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이화윤 씨가 삼성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악기은행에서 임대한 바이올린으로 연주를 하고 있다. 악기은행은 젊은 한국 연주자에게 클래식 악기를 대여하는 사업이다.[사진=삼성그룹 제공]
‘뽀꼬 아 뽀꼬’ 음악회는 많은 장애 청소년들이 각 지역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등 예비 음악가로서 꿈을 키워나가는데 디딤돌이 되고 있다. 1회부터 참여한 노근영 군은 어느덧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입학해 다른 청소년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매년 장애 청소년들의 체계적인 음악 공부를 위해 장학금을 전달해 왔으며, 올해에는 3명의 학생에게 ‘음악재능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미술관 운영 등 통해 전통문화 보급
삼성문화재단은 △미술관 운영 △문화예술 진흥사업 △문화복지 진흥사업 △한국문화 해외 소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 운영 사업은 1982년 호암미술관,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을 개관해 수준 높은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소중한 문화 유산을 보전하고 대중에게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문화예술 진흥사업은 젊은 한국 연주자에게 클래식 악기를 대여하는 악기은행, 국악동요제 후원, 신진 작가 해외 작품 활동 지원, 전통문화 교양지 ‘문화와나’를 발간해 한국의 문화 경쟁력을 높이고 민족 문화의 보급과 발전에 힘쓰고 있다.
문화복지 진흥사업은 취약 계층 어린이 미술교육 프로그램, 전시 관람 초청 등 취약 계층과 청소년의 문화 향유를 지원하고 문화예술 단체 결연 사업,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지원 사업 등 소외되었지만 지원이 절실한 문화예술 단체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한국문화 해외 소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한국건축 사진집을 발간해 국내외 주요 기관에 무료로 배포했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 유수 미술관에서 ‘분청사기 특별전’을 가졌다. 해외 한국미술 특별전에 IT기술을 활용해 유물을 확대, 감상할 수 있는 리움 DID를 지원, 해외 관람객들이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을 보다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들이 호암미술관을 방문하고 있다.[사진=삼성그룹 제공]
◆‘문화가 있는 날’ 후원
삼성은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문화융성’과 ‘문화가 있는 날’ 확산을 위해 양 기관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문화가 있는 날’은 정부의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의 대표정책으로서 문체부와 문화융성위원회가 201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국민들이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 등 전국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국민 문화 향유 확대 캠페인이다.
삼성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현재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문화공연 티켓 무료 지원 사업인 ‘희망의 문화클럽’을 확대, 운영하고 기흥과 화성, 온양 등 삼성전자 사업장 인근 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공연 지원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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