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이수경 기자 = 당 대표는 대통령이 내미는 손을 거부했다.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막말과 고성이 터져나왔다. 19일 자유한국당의 풍경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인 상춘재 오찬에서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불참의 사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에 대한 과거의 앙금과 최근의 상황변화였다.
대신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의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에 나선 그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들러리를 서지 않으려고 청와대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과) 첫 회동에서 한미 FTA를 따지다 보면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내대표들과 (회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굳이 오라고 하니 못 가겠다고 한 것"이라며, "한미 FTA를 통과시킬 때 (당시 야당과 문 대통령은) 매국노, 제2의 이완용이라며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집권하면 한미FTA를 재협상하겠다고 했지만, 도리어 재협상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이런 생각을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밝힌 바 있다. 당시 FTA 강행처리를 놓고 자신을 맹비난한 문 대통령과 당시 민주당의 상황을 언급하며,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FTA 재협상 발언을 가리켜 "국익을 두고 정략적으로 접근하면 나라에 얼마나 큰 손실을 주게 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바깥으로 특유의 강한 소신 발언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 홍 대표지만, 정작 같은 날 당 내부에서의 잡음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이날 홍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재선 국회의원들과의 연석회의를 주재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한 이후, 장제원 의원이 최근 '한국당 복당이 제 정치인생의 최대 오점'이라고 한 자신의 발언을 해명한 것이 불씨가 됐다.
장 의원은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 일부가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복당을 신청한 의원들을 받을 수 없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을 가리켜 '전략 미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기자회견에 동참했던 김태흠 최고위원이 "이야기가 장황하다, 그만하라"고 자르며 '인마' 등 막말이 오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볼 때는 철부지같은 소리여서 그만두라고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언쟁에 홍 대표는 "당이 어떻게 한 목소리만 내느냐, 그것은 독재정당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그러나 격론을 벌일 때 벌이더라도 문을 열고 나갈 때는 화통하게 털고 앙금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상황을 무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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