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본관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회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 인상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주열 한은 총재 재임 중 금리가 인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지난 2014년 4월 취임 이후 2년 2개월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내렸다. 이 총재 취임 당시 연 2.50%였던 기준금리는 1.25%까지 인하됐다.
이처럼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한 것은 경기 회복이 더디고 대외적으로 통화전쟁이 확산된 탓이다. 그러던 지난 6월 통화정책에 대한 한은의 스탠스가 바뀌었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한은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경기 회복세가 지속하는 등 경제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금리인상에 깜빡이를 켰다. 그로부터 5개월 후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이 총재는 임기 만료 4개월을 앞두고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경제상황도 뒷받침됐기에 금리인상이 가능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늘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3%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두 차례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어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한은은 앞으로도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한은은 "국내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경기 지표가 개선됐지만 내수 등 체감경기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원화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과 기업구조가 달라져 과거에 비해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약해졌다"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원화 절상 추세가 장기화되면 환율의 수출가격 전가가 확대되며 일본·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업종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상은 주택시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원론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차입 비용이 늘어나고 대출 수요가 둔화된다. 이 총재는 "주택가격은 차입 비용뿐 아니라 수요과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또 부동산 관련 세제나 규제 수준, 대출 용이성 등의 차입여건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수출 호조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는 당분간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시계를 1~2년으로 보면 4차 산업혁명의 진전 속도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회복세가 완만히 나오면 내년에도 3% 내외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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