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결심공판] 구금 1년... 삼성 경쟁력 확보 차질.. "혁신 2심에 달렸다"

삼성전자 강남 서초사옥. [사진=유대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적 구속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2018년 무술년에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지난 2월부터 이 부회장이 1년 가까이 구금 생활을 하면서 삼성을 비롯한 재계가 올 한해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삼성의 경우 ‘혁신시계’가 거꾸로 돌면서 경쟁력 확보에 차질을 빚었으며, 연관된 기업들은 자신들을 옥죄는 정책에도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27일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전직 임원 4명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2심 선고는 늦어도 다음달 말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변호인단 측은 마지막까지 1심 뇌물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부정한 청탁’, ‘경영권 승계 현안’의 유무 등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인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은 1심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등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은 없었다고 강조하면서,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다며 유죄로 판단한 것 또한 법리적 오해라는 입장이다.

이번 결심공판에서 특검이 몇 년을 구형할지도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특검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학사비리’, ‘비선진료’ 등 국정농단 항소심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1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한 만큼 이 부회장에게도 1심과 같은 구형량을 제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는 ‘승마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1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했던 두 사안에 대해 항소심에서 관련자들의 반박 진술이 나오고 있어, 이 부분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수감생활 장기화 여부 촉각···“파장 작지 않을 것”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수감생활의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죄의 유무에 따라 재계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 한해 그룹 총수의 부재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삼성의 경우 내상이 적지 않았다. 총수 구속은 삼성 창립 이래 7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지난 2월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되면서 올 한해 삼성은 ‘선장 없는 배’와 같았다.

이로 인해 삼성은 그룹을 새롭게 이끌어갈 임원 인사도 예년과 달리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M&A(인수합병) 작업은 지지부진했다. 실제 지난달 2일 사장단부터 시작된 삼성의 인사는 아직까지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삼성물산 주식도 추가로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를 근거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재계, 법인세 인상 등 옥죄는 정책에 목소리 못내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의 주요 그룹들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올 한해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이 구금된 상태에서 괜한 시비에 휘말려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또 다른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2월 재계를 대표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회원사가 탈퇴하며, 힘을 잃은 것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온상으로 비난받았으나, 그간 재계를 대변해 정부와 합의점을 찾는데 구심점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전경련의 힘이 크게 약화되면서 재계의 목소리가 정부에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으로 인해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재계는 법인세 부담 가중, 통상임금의 노조 측 입장, 최저임금 사상 최고액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구설 두려워”···기업들 영업이익 38.1% 늘었으나, 기부금은 감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기부금도 축소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기부금 내역을 공시한 2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3분기 기부금 집행 규모는 총 978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1299억원)보다 1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38.1%나 늘었으나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좋은 취지라고 해도 잘못해서 정치적으로 엮이면 ‘죄인’으로 취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기업 연관성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단초가 된 바 있다.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은 “국정농단의 핵심에는 잘못된 시스템이 있는데, 올 한해 불가피하게 따른 기업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기업인을 단죄하기보다는 잘못된 시스템을 바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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