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매너가 컬링을 만든다…'신사 스포츠' 컬링 이모저모

  • 심판 개입 없이 선수 합의로 점수 계산, 스톤 위치 조정…경기 태도 또한 '매너' 강조

  • 남성팀 14일 미국과, 여성팀 15일 캐나다와 첫 대결로 예선 일정 돌입

1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남자 국가대표 공식훈련에서 선수들이 실전처럼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컬링 믹스더블 대표팀 장혜지-이기정 조가 11일 '세계 최강' 캐나다와의 맞대결에서 3대7로 패했다. 이로써 전체 8개팀 중 6위를 차지한 한국의 4강 플레이오프행은 좌절됐다.

하지만 장혜지-이기정 두 사람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현장의 관객은 물론 시청자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다. "오빠, 라인 좋아요"라며 이기정을 격려하는 장혜지가 화제가 된 것은 물론, 믹스더블 경기 내내 컬링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에 위치했다.

4일간 진행된 믹스더블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띈 모습은 심판의 개입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빙판 위의 신사'라고도 불리는 컬링은 선수들 간의 예의와 매너가 강조된다. 600년의 역사를 통해 쌓아온 컬링 특유의 문화다.

상대팀의 지적이 있으면 상대팀과의 합의를 통해 스톤의 위치가 옮겨지거나 아예 제거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점수 계산은 물론 작전 타임도 선수의 판단에 의해 진행된다. 심판의 판정이 절대적인 다른 종목들과의 차이점이다.

세계컬링연맹의 경기 규칙은 경기 중 선수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규제한다. 상대팀이 투구하는 동안 투구하고 있지 않은 팀 선수들은 절대 투구자의 집중력을 산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상대팀을 위압하는 듯한 행동 또한 마찬가지로 금지된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경우라도 상대를 향해 야유나 불쾌한 언어 사용 역시 제한된다. 상대팀의 실수나 동료의 훌륭한 샷에 지나치게 기쁨을 표시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기권이 권장된다는 점 또한 컬링만의 특유한 경기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타 스포츠에서 승패와 무관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데 반해, 컬링은 이미 승패가 결정됐다고 판단되면 "굿 게임(good game)"이라고 인사를 건네며 기권을 하는 것이 예의다.

오히려 패배가 사실상 확정된 경기를 마지막 엔드까지 끌고가는 것이 무례한 플레이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장혜지-이기정 조 또한 핀란드, 미국과의 경기에서 기권을 받아낸 바 있다.

올림픽 개막 이전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컬링 불모지'인 한국에서 관객들이 낯선 컬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기우는 아니었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러시아 관중들이 발을 구르며 자국 선수들을 응원해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은 전례가 있기 때문.

그러나 강릉컬링센터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오히려 성숙한 관람 매너로 해외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받았다. 국적과 무관하게 선수들이 샷을 하는 순간 경기장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근사한 샷이 나올 때면 금세 환호와 박수 갈채로 화답했다.

11일 캐나다와의 경기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장혜지는 "외국 선수들도 관중 매너가 너무 좋다고 칭찬하더라"며 관중에게 감사를 표했다. 장반석 감독 또한 "사실 관중 소음을 걱정했는,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믹스더블의 도전은 아쉽게 끝났지만, 남여 컬링팀의 일정은 이제 시작이다. 남자 대표팀은 오는 14일 오전 9시 미국과의 일전으로 예선에 돌입한다. 여자 대표팀은 15일 오전 9시 캐나다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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