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갔다 오면 운동 안 할란다…살아서 할 건 다 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남측 상봉단이 20일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금강산으로 출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버지께서 (그동안)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번에 상봉(단으로) 선정되고 나서 '나 이제 (금강산) 갔다 오면 운동 안 할란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제 살아서 할 거 다 했다는 생각이 드시나 봐요."

2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열리는 1차 상봉에 참여하는 김항섭(92) 할아버지의 딸 김계현(57)씨의 말이다. 

4남매 중 셋째인 김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 행사에서 북쪽의 막내 남동생 김충섭(80) 씨와 둘째 누님의 둘째 아들의 딸인 손녀 김성애씨와 만난다.

계현 씨는 "김대중 정부 때 사촌이 상봉이 돼서 '북에 가면 누가누가 살아있다'란 얘기를 전해줬었다"며 "(아버지께서 그 얘기를 듣고 상봉) 기대감이 있어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김 할아버지의 동반 가족으로서 이번 금강산길에 함께 오른다.   

황해도 황주가 고향인 김 할아버지의 가족은 '1.4후퇴' 당시 남과 북으로 생이별을 겪었다.

김 할아버지는 "남자들을 다 잡아가니까 나와 사촌만 피난을 가고, 부모님과 누나들은 이북에 남았다"고 설명했다.

김 할아버지는 상봉 선정 소식을 듣고 "반갑고 좋았다"면서도 "첫마디를 뭐라고 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북쪽의 동생이 너무 어릴 때 헤어져,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탓이다. 

90세의 고령인 김 할아버지는 "누님들은 모두 사망했다"며 "(돌아가신)어머니, 아버지(는 북쪽에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김 할아버지 부녀는 이번에 상봉할 북쪽의 가족들을 위해 겨울양말, 등산양말, 수면양말, 양복양말 등 각종 양말과 양복양말, 속내의, 방한조끼, 선글라서와 돋보기 등 다양한 생필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겉옷은 사이즈를 모르니까 안에 입을 옷들을 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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