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 인천부평갑)이 한국GM 노조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한국GM 노조 측과 메리바라 GM CEO 간의 메일서신을 공개하면서 “한국GM의 연구개발 법인과 생산 법인의 분리는 대우차로부터 이어져 온 한국GM을 완성차 회사로 존속시키는 것을 중단하고, GM의 하청회사로 전락시키겠다는 입장을 GM 측이 공식표명 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지난 23일 임한택 한국GM 노조지부장은 메리바라 GM CEO에 이메일을 보내 한국GM의 R&D 법인신설과 관련해 면담을 요청하고 카허카젬 한국GM 사장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역할을 요청했다.
임 지부장은 “법인분리를 통한 매각 및 철수설 등 불확실성에 대한 글로벌 지엠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하고자 면담을 요청”한다면서 “법인분리 발표 이후 노동조합이 요청한 수 차 례의 교섭이나 내용설명에 대해서 카젬 (한국GM)사장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카젬사장은 한국지엠 사장으로 부임한 이래 노동조합과 정상적인 대화의 자리를 회피한다”며 이로 인해 노사관계가 경직돼 있으며 이는 “노조를 파트너가 아니라 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임 지부장은 “메리회장이 충분한 설명과 자료제공 등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다음날인 24일 메리바라 회장은 이메일 답신을 통해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서신을 보낸다”며, “전담 엔지니어링 서비스 회사 설립은 한국에 대한 지엠의 장기적 결속을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신 말미에는 “머지않아 한국지엠을 방문하고자 한다”며 “노조와 (산은, 한국정부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만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신에서 메리바라 회장이 법인분리의 의미에 대해 “GM은 분할이 연구개발 회사와 생산부문 모두가 수익성 있으며 독자생존한 사업부문으로 각각 자립하도록 해주는 중요한 단계”라 밝혀, GM이 한국GM을 GM의 생산과 R&D 용역을 수행하는 각각의 독립회사로 분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한국GM이 회사분할을 결정한 공시 자료에는 “(신설되는) 연구개발 법인은 자동차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용역사업 부문에 집중”한다고 명시해 신설법인은 GM의 연구개발 용역을 수행하는 하청회사임을 스스로 밝힌바 있다.
또한, 한국GM의 연구개발 부문이 신설법인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남게 되는 자동차 생산 법인도 한국GM이 자체 개발한 차량의 생산이 종료되는 2023년 이후에는 GM본사가 개발한 차량만 생산하게 된다.
결국 GM이 한국GM을 연구개발 및 생산, 판매까지 이뤄지는 완성차 회사로서의 조직을 해체하고, GM본사의 생산·판매와 연구개발 부문의 각각의 독립된 하청회사로 분리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는 지난 5월 산업부와 GM, 한국GM 간 “한국GM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양측 간) 상호 존중, 호혜상생의 기초 하에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정유섭 의원은 “우리나라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을 위해 국민혈세를 투입해가며 한국GM을 회생시키기로 결정한 것이 결국 GM의 하청회사로 귀결됐다”며 “우리 정부가 GM본사에 놀아난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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