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0년째 지지부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작업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20세 이상 성인 남녀의 77.3%가 가입한 상품이다. 사실상 대다수 성인이 가입한 '국민 보험'인 셈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약제만 처방받는 경우 20.5%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등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이는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 가입자가 직접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이 많았던 탓이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09년 이 같은 청구 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해결을 권고하기도 했다.
펫보험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펫보험은 반려동물이 질병이나 상해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를 보장받는 보험이다. 사람과 동물로 보장 대상은 다르나 실손보험과 유사한 구조다.
그동안 펫보험도 보험금 청구 과정이 복잡한 탓에 가입자가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가구가 1000만으로 늘었으나 펫보험 가입율은 2017년 기준 0.2% 수준으로 저조한 상황이었다.
이후 지난해와 올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과 유사한 펫보험 청구 자동화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큰 변혁이 예고됐다. 그러나 최근 일부 수의사들이 동물의 진료기록부를 자동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펫보험 청구 자동화 시스템도 제동이 걸렸다.
실손·펫보험 청구 간소화 문제를 놓고 의료계는 보험사에 자동적으로 진료 기록을 보내는 것이 향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보험사가 고객의 민감한 질병정보에 접근해 향후 추가적인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있으며,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할 수 있는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수의사회 측은 "수의사법상 진료기록을 제공할 의무가 없는데다 반려인들이 진료기록부에 적힌 약품으로 자가진료를 실시할 위험이 크다"며 "진료기록에 대한 표준화된 서식과 법적 기준 또한 미비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의료계가 진료비의 투명한 공개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각 병원이 선택적으로 환자에게 실시하는 비급여 진료내역이 공개돼 비교·검증당하는 것을 우려해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시 수의사들도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는 진료비 등을 공개하길 꺼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기 선진국 보험산업은 크게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10년째 기초적인 청구 자동화도 지연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자칫 경쟁력을 상실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사진=인천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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